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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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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1일자 A1·3면 참조>
전문가들은 “조선족 동포의 밀입국과 불법체류 문제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각하다”며 “단기 처방으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조선족 동포 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다수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선족 동포 정책을 ‘입국 규제’에서 ‘취업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재외동포법을 하루 빨리 개정해 조선족 동포들도 재미동포와 재일동포처럼 고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
중국동포교회 김해성(金海性) 목사는 “자유 왕래를 허용하면 거금을 들이거나 목숨을 건 밀입국과 위장 입국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그 대신 취업을 규제하면 불법 체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족 동포 등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해소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중 60% 이상이 불법 체류자인 현실을 무시한 채 무조건 단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국인들이 취업하기를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면 인권유린의 소지도 줄일 수 있고 기형적인 노동시장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조선족 동포 도움의 전화’의 김대성(金大成) 국장은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국내 노동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당국의 우려는 현실성이 없다”며 “현재의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단계적으로 정상적인 근로자로 전환시키는 사회적 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개선하고 고용허가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994년부터 실시된 산업연수생 제도는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역기능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외국 현지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인력 송출 비리와 함께 저임금 등 열악한 조건 때문에 연수생들의 이탈률이 최근 30∼40%에 이르는 등 불법체류의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사업주와 해당 외국인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맺어 당국에 신고토록 하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해 인권 침해를 막고 송출 비리 등을 없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서울 조선족교회 서경석(徐京錫) 목사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개선하고 아울러 현재 20% 정도인 조선족 동포의 산업연수생 비율을 크게 늘리는 등 조선족 동포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족 동포의 불법체류 실태〓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조선족 동포는 15만∼20만여명. 최근 3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으며 이 중 다수가 거금을 들여 목숨을 걸고 밀입국하거나 위장입국한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올 들어 매월 불법 체류자수가 6000∼7000명씩 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조선족 동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 사회에서는 밀입국 조직이 판을 치고 있고 이에 따른 사기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또 국내에 불법 체류 중인 조선족 동포들도 불법 체류라는 약점 때문에 임금을 떼이거나 폭행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등 인권 침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위장 입국해 서울 구로공단에서 불법 취업 중인 정모씨(35)는 “한국이 합법적인 입국을 제한할수록 조선족의 밀입국과 위장입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