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무서운 여자들 "주먹맛 엄청 맵네"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性대결

‘남성들아 들어라, 시시하게 굴면 한방에 날린다.’

복싱사상 최초로 벌어진 남녀 ‘성대결’은 여성 복서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여성 복서인 마거릿 맥그리거는 10일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진 남성 복서 로이 초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3―0, 심판 전원일치의 판정승을 거뒀다.

맥그리거는 라이트와 콤비네이션 펀치를 앞세워 초반부터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초를 괴롭힌 반면 초는 위력없는 펀치 몇 개를 내밀었을 뿐 시종 방어 위주의 경기로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이날 승리로 4전승을 기록한 맥그리거는 “오늘이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라며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한편 3전 전패의 기록을 갖게 된 초는 “혈압이 185까지 올라 약을 먹었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며 패배의 원인을 ‘컨디션 난조’로 돌리면서도 “나도 여러 차례 좋은 펀치를 날렸기 때문에 졸전을 펼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시애틀외신종합〉

★알리 딸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무하마드 알리는 막내딸 라일라의 데뷔전을 가슴 졸이며 오랫동안 지켜볼 필요가 없었다.

알리가 금세기 최고의 복서라면 라일라는 가장 빠른 복서였기 때문.

10일 뉴욕 터닝스톤카지노에서 열린 라일라의 프로 데뷔전. 라일라는 1회 공이 울리자마자 날카로운 왼손 잽에 이은 강력한 좌우연타를 에이프럴 파울러의 턱에 작렬시켜 불과 31초만에 경기를 끝냈다.

미시간시티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파울러가 아직 아마추어의 티를 벗지 못한 것과는 달리 로스앤젤레스에서 손톱미용실을 운영하는 라일라는 비록 데뷔전이었지만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았던’ 아버지 알리의 소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라일라는 파울러가 링에 눕자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65년 알리가 소니 리스톤과의 재대결에서 1회 KO승했을 때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링사이드 바로 앞에서 막내딸의 경기를 지켜본 알리는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어머니 로니에는 크게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m77, 75㎏로 여성복서치곤 덩치가 너무 커 적당한 상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라일라는 “어떻게 KO를 시켰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빨리 경기가 끝났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한편 18개월전 프로데뷔전에서도 1회 KO패했던 파울러는 일을 하기 위해 링을 떠나면서 “내일이 아들 생일이라서 좋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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