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홈런에 떠는 투수들 담력 키워야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14분


‘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홈런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영토확장을 정당화 하는데 곧잘 비유된다. 미식축구를 땅 뺏기의 연장선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스포츠 종목들이 규정된 선을 벗어나면 경기가 정지되거나 상대팀에 점수를 주는 것과 달리 담장을 넘기면 가장 큰 이익을 본다는 점에서 홈런은 야구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이다.

실제 경기를 하다보면 홈런을 허용한 투수나 팀은 초상집 분위기이고 홈런을 친 팀은 축제에 휩싸인다. 탄식과 환호가 교차하는 극적인 드라마. 바로 홈런이 만들어주는 야구의 백미다.

약체 플로리다 말린스를 맞아 4승사냥에 나섰던 박찬호가 4점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홈런 3방에 1승을 날려버렸다. 두산의 무명 전형도는 8일 현대전에서 연장전끝에 결승홈런을 터뜨려 김인식감독에게 ‘복권당첨’의 감격을 선물했다. 또 롯데의 호세는 1만호 홈런주인공이 되며 화제를 낳았다.

최근 체구가 작은 선수들도 곧잘 홈런을 때려낸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배트스윙 스피드의 향상, 비디오 분석을 통한 과학적 관리, 공의 반발력 증가 등으로 투수들의 설자리가 자꾸만 좁아진다. 어쨌든 투수의 스트라이크는 ‘존’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므로….

국내 프로야구는 현재 2백58개의 홈런이 나와 1게임당 1개 이상, 박찬호는 7게임에서 9개의 홈런을 허용해 홈런공포에 시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0.42초 전후로 들어오는 투수의 강속구를 넘기는 타자들의 기술과 힘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정교한 제구력과 공끝이 살아움직여야만 한다.

투수들은 땀과 집중력 그리고 담력을 더욱 키워야 ‘홈런공장장’ 자리를 피할 수 있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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