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라이벌없는 스포츠 「김빠진 맥주」

  • 입력 1998년 9월 15일 19시 26분


라이벌 없는 스포츠는 김빠진 맥주와 같다. 또 라이벌이라 해도 정정당당한 승부를 해야만 팬을 끌어모을 수 있다.

올 프로야구 관중 감소엔 라이벌 부족과 소멸도 큰 몫을 차지했다.

불같은 강속구의 선동렬―최동원, 홈런의 이만수―김봉연, 도루의 김일권―이해창 카드는 프로야구 초기부터 팬의 큰 관심사였다.

팀간의 경쟁은 해태와 롯데, 해태와 MBC, 해태와 LG전에 이르기까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올해는 눈에 띄는 라이벌이 없었다. 삼성 이승엽의 홈런 독주끝에 뒤늦게 OB 우즈가 나타났고 양준혁의 수위타자는 오랫동안 요지부동이었다.

현대의 독주를 재계 라이벌인 삼성 LG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LG와 OB의 서울 라이벌 대결도 OB의 부진으로 맥이 빠졌다.

홈런기록을 경신하려는 이승엽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고의볼넷을 줄 정도였으니 라이벌 의식은커녕 왜 프로야구를 하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뒤집어 말하면 높아진 팬의 관전 욕구를 선수 벤치 구단이 못 따라간 셈이다.

지금 미국은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맥과이어 타석때 투수가 볼을 던지면 원정팀 관중들도 야유를 보내면서 기록경신에 성원을 보낸다. 팬이 왜 야구장을 찾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치열한 중위권 싸움과 개인타이틀 경쟁에 페어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라이벌의 어원인 리버(강) 뜻 그대로 지금은 물을 두고 싸울 때가 아니라 가뭄 속에 마른 강의 물을 찾기 위한 공동작업이 필요한 때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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