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기적은 없었다』 뼈아픈 교훈

  • 입력 1998년 6월 26일 08시 44분


한국이 막판 투혼을 발휘, 멋진 승부를 연출했다.

16강 진출의 부푼 꿈은 접었으나 월드컵사상 첫승을 목표로 나선 한국대표팀은 ‘유럽의 붉은 악마’벨기에를 맞아 기대이상으로 선전했다.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이 올린 성적은 1무2패. 아쉬움은 컸지만 이제는 4년후를 기약해야 한다.

역대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 가운데 이번만큼 사연도 많고 아쉬움도 컸던 경우도 드물었다.

한국의 악몽은 14일 멕시코전이 펼쳐진 리옹 제를랑경기장에서 시작됐다.

경기는 예상대로 격렬했다.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고 있던 한국이나 멕시코는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전반 28분. ‘왼발의 달인’하석주가 속사포같은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한국의 월드컵 출전 44년만에 첫 선취골을 뽑아낸 온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갔다. 그러나 첫골의 기쁨도 잠시, 2분 후 하석주는 백태클을 범해 그라운드에서 퇴장명령을 받았다.

한국은 후반 들어 수적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5분 펠라에스에게 동점골을 내준데 이어 에르난데스에게 결승골과 추가골을 잇따라 허용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오렌지 군단’네덜란드.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 벨기에와 비긴 네덜란드는 한국에 큰 점수차로 이긴다는 매서운 결의를 다졌고 한국은 「선수비 후공격」의 실리축구로 무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0대5 참패. 네덜란드에 최소한 비긴다는 꿈조차 무모한 것이었을까.

한국은 전반37분 코쿠에게 첫골을 내준 후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전반 4분 오베르마르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한데 이어 후반 들어 잇달아 3골을 내준 것. 이번대회 최다 점수차 패배였다.

이날 마르세유 벨로드롬경기장에서 열띤 성원을 보냈던 한국응원단은 뺨을 타고 흐로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고 국내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TV화면을 지켜봤던 국민은 말을 잃고 말았다.

차전감독은 이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경질돼 대회 도중 귀국을 해야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벨기에전. 그러나 이미 사기가 떨어진 한국은 기적적인 승부를 연출해달라는 팬들의 기대에 결국 미치지 못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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