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英엡섬대회]200년 전통 『영국인의 축제』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영국 런던 남부의 전원도시 엡섬. 매년 6월 첫 토요일이면 영국뿐 아니라 전세계 경마팬의 이목이 이곳으로 집중된다. 제2백18회 대회가 열린 지난 7일. 경주는 오후 3시45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전 일찍부터 경마장으로 통하는 진입로는 차량과 관람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입장객 7만2천여명에 공식매출액만도 3천만파운드(약 4백35억원). 영국 전역에서 TV중계방송을 지켜본 사람이 3백50만명. 경마일을 축제로 여기는 영국인의 의식은 관람객들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대부분 가족과 함께 경마장을 찾은 고객들은 경주로 내부와 외곽에 마련된 잔디밭에 누워 경주를 즐긴다. 최고의 대회답게 엘리자베스여왕을 비롯한 왕실관계자들이 대회장을 찾는 것은 오랜 관례. 왕실군악대가 주로를 행진하며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이 대회만의 특징이다. 특히 여왕의 모친은 9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서울마주협회 지성한회장 등 한국측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경마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묻는 등 관심을 보였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평상복차림인데 반해 귀족과 마주들은 톱해트에 모닝 코트를 입는 전통을 존중한다. 그러나 다소 딱딱한 겉모습과 달리 영국인들이 경마를 즐기는 모습은 소박하다. 공식 마권구매창구 뿐 아니라 「북메이커」로 불리는 사설경마업소에도 일반적인 베팅액수는 2파운드(약 2천9백원)를 넘지 않는 것이 상식. 이날 우승마는 미국산 「베니 더 딥」. 2천4백m 공식주파기록은 2분35초77. 자신이 베팅한 말을 응원하던 팬들도 경기가 끝나자 「베니 더 딥」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마는 곧 하나의 문화」라고 되뇌는 영국인들의 자긍심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서리〓이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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