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선수들 인터뷰도 조심하라』

  • 입력 1996년 10월 21일 20시 59분


요즘 프로야구는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사인 하나를 훔쳐내기 위해 몇천만원짜리 고가 장비를 사들이는가 하면 상대팀을 시즌 내내 쫓아다니면서 정보를 캐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원정 기록원까지 있다. 이런 마당에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한 쌍방울 김성근감독은 며칠전 우연히 필자를 만나자 『이젠 선수들에게 인터뷰 요령까지 가르쳐야겠다』면 서 볼멘 소리를 해댔다. 「패장」김감독의 주장은이렇다.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의 9회말 대타 끝내기홈런을 친 박철우. 『홈런 친 구질이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근 방망이가 변화구보다는 직구에 잘 맞고 있어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제대로 들어왔다』고 대답했다.다음 경기부터 현대 투수진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그에겐 변화구만 쑤셔댔던 것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1차전 승리투수인 오봉옥도 『변화구가 영 말을 안들어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한 것 이 오히려 적중했다』고 말했다. 전력을 노출시키기는 포수 박경완도 마찬가지. 그는 『조규제는 요즘 변화구가 안 좋아 직구만을 던지도록 주문했다』고 말해 현대 타자들에게 친절하게 한수 스윙지 도를 한 셈이 됐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OB는 지난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자칫 잘못하면 페넌트레이스 1위가 되지 못할 뻔 했다.이날 마지막 타자로 나선 태평양 김경기가 포수 김태형에게 말했다. 『형 빨리 끝내요. 어차피 다 끝난 게임인데 3구 삼진 당 해줄테니까 그냥 가운데로 찔러넣어요』 이 말을 믿은 김태형은 실제로 그대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김경기는 투 스라이크까지는 그대로 보냈지만 마지막 공은 놓치지 않았다.다행히 타구는 중견수 플라이에 그쳐 경기는 끝났지만 만약 그 공이 홈런이 됐다면 프로원년 이후 14년만 의 OB 우승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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