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농가 살길 열었다…생산-유통 체계 개선해 소득 향상

  • 동아일보

[나눔, 다시 희망으로] KOICA와 함께 쿠미 방문… 농업 가치사슬 개선 추진
작물 ‘카사바’ 개량종 보급… 재배기간 3분의 1로 단축
1, 2차 협동조합 구축해… 사업 참여 농민 확대하고
안정적 판로-수입 확보

2025년 12월 우간다 동부 쿠미 지역에서 열린 농민협동조합(KACE) 행사에서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2025년 12월 우간다 동부 쿠미 지역에서 열린 농민협동조합(KACE) 행사에서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이제는 굶주릴 걱정은 없습니다.”

우간다 동부 쿠미 지역에서 카사바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요즘 이렇게 말한다. 쿠미는 인구의 93.5%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지만 오랫동안 농업이 자급자족을 위한 생산을 넘어 안정적인 소득으로 이어지는 생계 수단으로 기능하지는 못했다. 쿠미 지역의 총생산은 약 2200만 달러(약 323억 원), 1인당 총생산은 90달러(약 13만 원) 수준으로 우간다 평균(58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쿠미가 속한 동부 지역의 빈곤 인구 비율은 24.5%로 국가 평균을 상회하며 인구의 30%는 ‘식량 위기’에 해당하는 IPC(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 3단계 이상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 지역의 식량 안보 상황은 점차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쿠미 지역 농민들에게 농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농업은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지만 생산 여건은 변덕스러운 기후와 비료·종자 가격 변동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크게 좌우됐다. 수확이 잘되는 해에는 자급 후 남은 일부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저장 시설과 판로가 부족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수확 직후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같은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우간다 쿠미 지역 농업 가치사슬 개선을 통한 지속가능 농가 소득 증대 사업’을 추진해 왔다. 본 사업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단계를 거쳐 2025년부터 2027년까지 2단계로 이어지는 단계적 사업이다.

1단계 사업에서 가장 먼저 설정한 목표는 소득이 아니라 식량 안보였다. 쿠미 지역의 주작물인 카사바는 흉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한 구황작물로 지역의 식량 기반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기아대책은 카사바를 전략 작물로 선정해 우량종자를 보급하고 영농 기술 교육과 농민 조직화를 병행하며 생산 기반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카사바 생산량은 점차 늘어났고 농민들은 최소한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생산량 증대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생산은 늘었지만 이를 정기적으로 사줄 시장이 없었다. 가공 공장은 구축됐지만 수매와 판매를 전담할 조직과 자본, 운영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다. 농민들의 생산 활동이 곧바로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우간다 쿠미 지역 농민들이 수확한 카사바의 껍질을 제거하며 가공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간다 쿠미 지역 농민들이 수확한 카사바의 껍질을 제거하며 가공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겪으며 2단계 사업은 접근 방식을 달리했다. 생산 이후 단계까지 포함하는 농업 가치사슬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2단계에서는 1차 협동조합(RPO)을 중심으로 참여 농민을 600명에서 1000명 규모로 확대하고 기존 18개월이 걸리던 재배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개량 품종 ‘나로카스 1’를 본격적으로 보급했다.

이 품종의 효과는 사업 참여 농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무쿠라 카피르 1차 협동조합의 농민들은 나로카스 카사바의 줄기를 잘라 이웃 농가에 나눠줬고 현재는 해당 지역 대부분의 농가가 개량 품종 카사바를 재배하고 있다.

2단계 사업에서는 2차 협동조합인 KACE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KACE는 생카사바 수매와 가공, 유통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가공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창고와 건조장을 확충하고 수매 자본금과 운송 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수확한 카사바를 정기적으로 납품하고 중간상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현금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수매 규모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1단계 사업 당시 월평균 생카사바 수매량이 10t 미만이었던 것과 달리 2단계 사업 이후에는 월 최대 98t 규모의 수매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네덜란드계 글로벌 축산 사료 기업 ‘드호이스’에 건조 카사바 칩을 틸라피아 양식용 사료 원료로 납품하며 2025년 기준 월 20∼36t 규모의 안정적인 거래가 시작됐다.

쿠미 니에로 지역에서 카사바 농사를 짓는 올루폿 알렉스(69)는 이러한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그는 사업 참여 이전까지 전통 품종을 재배하며 1에이커(약 4000㎡)당 평균 7t을 수확했고 연간 소득은 약 700만 우간다실링에 그쳤다. 그러나 나로카스 품종을 보급받고 영농 기술과 공동 판매 교육에 참여한 이후 경작 면적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1에이커당 수확량은 14t 수준으로 늘었고 연간 소득도 약 1500만 실링으로 증가했다. 그는 “이제는 수확량을 늘려도 팔 곳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지희 KOICA 사무소장은 “동 사업은 1단계 사업을 통해 형성된 카사바 농민조합의 결속력과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점에서 지속가능성과 파급력이 기대된다”며 “조합원들이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준비해 가는 과정에 KOICA가 기아대책과 함께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우간다 쿠미 지역 농민협동조합 관계자들이 글로벌 사료 기업 바이어와 카사바 납품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우간다 쿠미 지역 농민협동조합 관계자들이 글로벌 사료 기업 바이어와 카사바 납품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쿠미 지방정부 역시 이 사업을 지역 농업 구조 전환의 계기로 보고 있다. 쿠미 지방정부 농업 담당관 오켈로 마틴은 “지방정부가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던 영역을 이 사업이 보완하고 있다”며 “농업 생산을 넘어 가공과 시장을 연결하는 구조를 현장에서 실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에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아오두 사무엘 아이작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1단계가 생산과 조직화의 기반을 다지는 단계였다면 2단계는 그 기반을 실제 소득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라며 “이제는 농민과 협동조합, 가공 공장, 시장이 하나의 가치사슬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우간다지부는 향후 가공 공장과 협동조합 운영 과정에서 사업의 직접 개입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KACE가 자체 자본과 내부 의사결정을 통해 운영 경험을 축적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동시에 우간다 표준국(UNBS) 인증을 추진해 판로를 확대하고 카사바 가루 등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제품의 판매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저축신용협동조합(SACCO)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여 협동조합이 외부 지원 없이도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다.

쿠미 지역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수혜 농민들에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농업이 가공과 시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현장에서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주변 농가들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기아대책은 우간다 서부 지역에서도 ‘장애인 직업훈련을 통한 경제적 자립 지원 및 권익 옹호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기반의 자립 모델을 확산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카세세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장애인 인권 정책 수립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25 KOICA 시민사회 협력 프로그램’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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