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세계 아동의 날을 맞아 아동 마음건강을 사회 전체의 과제로 선언했다. 정부·기업·교육계·가정이 함께 해법을 모색한 ‘2025 더아동페스타’ 현장을 전한다. (사진 제공=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세계 아동의 날’을 맞아 아동 마음건강을 국가·사회 공동의 과제로 선언하며 정부·지자체·기업·교육계가 함께 해법을 찾는 ‘2025 더아동페스타’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돌봄 종사자와 교사, 부모, 청년 후원자까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함께 보듬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나눴다.
행사는 20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렸다. 올해 슬로건은 ‘Every Mind Matters’. 아동의 정서·심리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의 부담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중심축으로 삼았다.
정갑영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은 “모든 아동의 마음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하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국내외 인사들도 영상과 메시지를 통해 마음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를 전했다. 세계 각국 유니세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동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글로벌 흐름을 전했다.
(사진 제공=유니세프 한국위원회) ● 아동 마음건강, 왜 사회 전체의 의제가 됐나
기조 강연을 맡은 파멜라 콜린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아동 마음건강을 특정 집단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공적 과제로 규정하며 시작점을 잡았다.
이어진 첫 번째 세션 ‘나 자신의 마음건강(Care for Myself)’에서는 시선이 잠시 아동이 아닌 ‘돌봄을 돌보는 사람들’에게로 옮겨갔다.
마보(한국내면검색연구소)의 유정은 대표는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학습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하며, 돌봄 종사자나 교사·상담사처럼 늘 아이 곁을 지키는 어른들 역시 지치고 번아웃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몸의 감각과 정서 신호를 인지하는 방법, 스트레스를 회복시키는 과학적 접근 등을 소개했다.
제공-유니세프 한국위원회 ● 교육·기업·가정·지역사회…‘5개 흐름’으로 본 마음건강
이번 행사는 기업·지역사회·교육·가정·미디어 등 다섯 가지 흐름을 중심으로 아동 마음건강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기업과 지역사회는 일상적 서비스와 콘텐츠 속에서 아동의 정서를 지지하는 다양한 실천 사례를 공유했고, 교육 분야는 학교·지역사회·언론·정부가 연결될 때 아이들의 회복력이 더 단단해진다며 교육을 가장 지속 가능한 마음건강 기반으로 재조명했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보호자의 정서가 아이의 감정 조절과 회복력의 출발점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행사는 토크 콘서트와 음악 공연으로 마무리되며, 마음건강이라는 주제를 머리뿐 아니라 감정으로도 체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진 제공=유니세프 한국위원회)
●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음 돌보는 연습해야”…현장의 목소리
행사장을 찾은 참석자들은 각자 다른 자리에서 아이들을 마주해 온 만큼, 마음건강이라는 주제를 누구보다 깊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교육지원청에서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들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마음을 돌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동친화도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인식조사에서 ‘아동 마음건강’이 큰 우려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이번 페스타의 주제가 그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폭넓게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이어 “아동만이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어른들의 정서까지 함께 다뤄준 구성이 유니세프다운 섬세함”이라고 평가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또 다른 참석자는 “우리는 아날로그 세대지만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라며, 어른들이 잘 모르는 아이들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가 너무 빠른 시대에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울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되찾는 자리였다는 반응이다.
5년째 유니세프를 후원하고 있다는 20대 예술계 종사자는 “좋은 것이 있으면 조금씩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후원을 이어왔다”고 말하며,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이 ‘큰 세상’보다 “그 아이 자신의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는 것”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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