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산부인과 가는데만 2시간… 이젠 집 앞에서 진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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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찾아가는 산부인과’
특수차량서 의료진이 무료 진료… 의료 취약지역에 월 3∼5회 방문
임산부부터 배우자까지 혜택 확대… 올해부터 폐암-유방암 검진 지원

19일 오전 경남 의령군 보건소 앞에 세워진 ‘찾아가는 산부인과’ 차량에 24주 차 임신부 유소영 씨가 진료를 받기 위해 오르고 
있다(왼쪽 사진). 김진홍 ‘찾아가는 산부인과’ 원장이 올해 초 임산부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의령=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경남도 제공
19일 오전 경남 의령군 보건소 앞에 세워진 ‘찾아가는 산부인과’ 차량에 24주 차 임신부 유소영 씨가 진료를 받기 위해 오르고 있다(왼쪽 사진). 김진홍 ‘찾아가는 산부인과’ 원장이 올해 초 임산부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의령=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경남도 제공
“경남 의령군에 산부인과가 없어 첫째와 둘째를 임신했을 땐 검사 한 번 받으려고 버스로 왕복 2시간 거리인 창원시까지 오가야 했습니다. 셋째를 가진 후에 ‘찾아가는 산부인과’가 집에서 10분 거리로 찾아온다는 걸 알고 편하게 진료받고 있습니다.”

19일 오전 9시 30분경 의령군 보건소 앞에서 만난 임신 25주 차 강소영 씨(38)는 찾아가는 산부인과에서 임신당뇨검사를 받은 직후 이렇게 말했다. 강 씨는 “매주 찾아오는 의료진 덕분에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살아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둘째를 임신한 ‘워킹맘’ 유소영 씨(31)도 이날 휴식 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방문해 검사한 뒤 직장으로 돌아갔다. 유 씨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려면 휴가를 내고 하루를 꼬박 다 써야 하는데 직장 근처에서 편하게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이날 강 씨와 유 씨를 포함해 임산부 10명과 가임기 여성 10명 등 총 20명이 찾아가는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경남도가 2008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운전기사 등 6명으로 구성된 이동 검진반이 의료 장비가 장착된 차량을 이용해 산부인과 진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의료 사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촌지역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돼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성공사례에 힘입어 보건복지부는 이동형 산부인과 서비스를 2009년 분만취약지 지원 국가사업으로 채택했고, 이후 공모를 통해 강원 고성·정선군, 전남 곡성·영암군, 경북 성주군, 제주 서귀포시 등으로 확대됐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인구보건복지협회와 공공의료원의 협조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남에선 해마다 2000명 안팎의 임산부 등이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이용한다. 지난해 2144명이 찾았고, 누적 이용자 수는 3만 명이 넘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위탁 운영하는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가 실시한 지난해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 98%가 검진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박선자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 대리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서비스는 임신부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건강을 맞춤형으로 검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 건강을 유지하는 가임기 여성, 노후를 준비하는 여성, 남성 배우자로 대상자를 확대 분류해서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연중 150일 이상 시골 지역으로 왕진해야 하지만 보람이 상당하다고 한다. 김진홍 찾아가는 산부인과 원장은 “찾아가는 산부인과 검진 덕분에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건강을 회복한 주민도 있다”라며 “의료취약지를 누비며 주민에게 도움을 준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이 사업에 올해 국비 2억 원 등 총 6억5000만 원을 투입했다. 경남 18개 시군 중 산부인과가 없는 의령군, 산청군, 함양군을 매월 3∼5회 찾아갈 예정이다. 임신부 260여 명, 임신 계획 중인 여성 610여 명, 비가임기 여성 610여 명, 가임 여성의 배우자 110여 명 등 1890여 명이 대상자다.

임신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올해부터 고위험 임신부 태아 기형아 정밀검사 대상 기준을 40세 이상에서 35세 이상으로 완화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 발생률이 높아진 폐암, 유방암 검진 항목을 신설하고 난소암 종양 검사 항목은 연령대를 낮췄다.

경남도 관계자는 “도시지역에 비해 의료서비스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찾아가는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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