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시한 D-1…“피해는 우리가” 애타는 환자들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8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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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병원 북새통…의료진 피로감 역력
"강대강 대치로 환자·가족들만 피해"
수술 밀린 환자는 "정부와 타협하길"
전공의 복귀는 미미 "수술실엔 PA가"
병원도 한계 "다음주 큰 고비 올 것"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최후통첩 시한인 2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의사들의 복귀는 요원한 모습이다.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 집단행동이 9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조속한 정부·의료계 대치 상황 해소를 촉구했다.

28일 뉴시스가 찾은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전공의 집단행동이 벌어진 지 9일째를 맞이하며 의료 현장에서의 불편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 빅5 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앞은 만석이었고, 환자 가족들은 자리가 없어 서 있는 경우도 파다했다. 접수처에선 진료 순번표가 빠르게 늘어나고, 대기 인원들의 눈길은 순번표와 대기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 사이를 빠르게 왔다 갔다 했다. 남아있는 의료진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급하게 병원 곳곳을 뛰어다녔다.

유전병을 앓는 5살 딸과 함께 서울대병원을 찾은 최용재(44)씨는 “딸은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나머지 아이 2명도 다 어려서 아프거나 다칠 경우 빠르게 조치가 안 되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정부와 의사의) ‘강 대 강’ 대치로 우리 같은 환자 가족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진료가 바로 진행이 안 되니 불편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지 않나. 그런데 너무 자기네들 입장만 생각하는 것 같고, 그런 이들은 의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일까지 복귀하지 않는다면 의사 면허 박탈 등 정부의 강경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항암 치료를 받는 60대 어머니와 함께 서울대병원에 온 30대 여성 정모씨는 “저희 어머니처럼 연로하신 분들은 바로 치료받을 필요가 있는데 현 상황에선 그게 어렵다”며 “아픈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분노할 것”이라고 했다.

정씨의 어머니도 “항암 치료나 진료가 늦어지면 치명적인 상황”이라며 “의사가 부족해서 힘들다면서 왜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해 의대 증원에 반대하나. 자기 부모가 아파 죽겠다고 하면 반대하고 있을 거냐”고 반문했다.

경북 김천에서 온 최병원(63)씨 역시 “여태까지 의사 파업 결과를 보면 이번에도 의사들이 이길 거 같은데, 그것과 관계없이 이번 사태는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 오래 끌면 끌수록 환자만 손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40대 직장인 이모씨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음 달 초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지난주부터 전공의 파업이 시작돼 병원에 수술 일정을 문의했는데 알 수 없다는 답만 받았고, 어제는 진료 예약 취소 알림톡을 받았다”며 “직장 생활하면서 수술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잡은 만큼 수술을 예정대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시민들 역시 이번 집단행동이 빠르게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어린 딸과 함께 서울대병원을 찾은 김지수(42)씨는 “지방 의료·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에 사람이 없는데, 거기에 대한 대책은 없이 무작정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포퓰리즘 정책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의사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환자들 진료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타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까지 단 하루가 남았지만, 아직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레지던트는 뉴시스에 “전공의들은 내일까지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개인의 소명감에만 맡기기에는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 기류는 느껴지지 않는다”며 “외과에선 이미 PA 간호사들이 수술방에 들어가고 있고, 원래 하루에 200건을 넘던 수술은 현재 다 취소시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쯤 되면 큰 고비가 올 거 같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에서 근무한다는 전임의(펠로우)도 “교수들과 전문의·전임의(펠로우)가 함께 당직을 서고 있고, 저도 평소보다 당직을 자주 선다.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힘들어한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전공의 복귀와 관련) 어제까지는 그런 움직임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교수진과 전문의·전임의, 그리고 PA(진료보조) 간호사만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28일) 오후 7시 기준 99개 주요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약 80.8%에 해당하는 9937명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8992명(73.1%)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전공의들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밝힌 상태다. 이 때까지 복귀하면 각종 불이익은 없으나 3월부터는 면허정지 등 행정조치, 사법절차 진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업무개시명령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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