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각자의 장점 발휘해 일하는 분업, 모두에게 ‘윈윈’이에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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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능력-노동 시간 달라도
분업하면 모두에게 이익 발생
일하는 시간 줄고 생산성 향상
한국, 저출산으로 인구 문제 직면… 노동생산성 끌어올려야 국력 향상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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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국에서 문을 닫는 초중고교는 33곳에 달한다. 2023년(18곳)의 1.8배 이상이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9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이 6곳으로 뒤를 이었다. 그동안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폐교가 속출한 것과 달리 서울 3곳, 경기 5곳 등 수도권에서도 8곳이 문을 닫는다.’(동아일보 2023년 12월 25일자)

서울에서도 3곳이 폐교한다니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피부에 와닿는 듯합니다.

한 국가나 사회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지표의 한 종류로 ‘합계출산율’을 사용합니다. 이는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로 정의됩니다. 남성은 출산을 하지 않으니 단순 수치상으로는 합계출산율이 2명이 돼야 인구가 현상 유지됩니다. 사고나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2.1명 정도가 돼야 인구가 줄지 않고 유지된다고 합니다.

● 인구가 줄어든다면 노동 생산성 높여야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명보다 낮아졌고 2022년에 0.78명, 2024년에는 0.68명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58명이니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한 국가 ‘부(富)’의 원천은 금과 은에 있지 않고 노동에 있다”고 했습니다. 인구가 곧 국력이란 뜻입니다. 국력을 높이려면 우선 인구가 많아야 합니다만 하루 아침에 인구가 늘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노동의 가치, 즉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사람 수를 늘리기 어렵다면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기술을 익혀 한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음 이야기를 통해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비법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스미스는 자신이 방문했던 어느 핀 공장을 이렇게 묘사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철사를 뽑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펴고, 세 번째 사람이 그것을 자르고, 네 번째 사람이 뾰족하게 간다. 이렇게 열 사람이 하루에 4만8000개의 핀을 만드는데, 그들이 각각 핀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었다면 하루에 스무 개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비법을 찾으셨나요? 바로 분업입니다. 분업을 통해 1인당 핀 20개 생산에서 1인당 핀 4800개 생산으로 생산성이 무려 240배 올랐습니다.

분업을 통해 어떻게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죠.

갑돌이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데 2시간이 걸리고, 빵 한 개를 만드는 데 3시간이 걸립니다. 을순이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데 4시간이 걸리고, 빵 한 개를 만드는 데 1시간이 걸립니다. 갑돌이 을순이 모두 하루 식량으로 물고기 한 마리와 빵 한 개가 필요합니다. 갑돌이, 을순이 모두 하루 치 식량을 확보하려면 매일 5시간의 노동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던 중 갑돌이가 을순이에게 제안을 합니다. “나는 물고기를 너보다 잘 잡고, 너는 빵을 나보다 잘 만드니 나는 물고기를 두 마리 잡고 너는 빵을 두 개 만들어서 서로 하나씩 교환하는 건 어때?” 을순이가 솔깃해합니다. “좋은 생각이네! 그러면 나는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해도 돼.” “나도 한 시간의 여유가 더 생겨서 좋아!” 분업을 통해 두 사람 모두 전과 동일한 식량을 확보하면서 이전보다 노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노동 생산성도 향상됐습니다.

●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분업’


이런 분업의 원리를 ‘절대 우위’라고 부릅니다. 생산 비용(노동 시간)이 적은 재화 생산에 집중해 생산(경제 용어로는 ‘특화’라고 합니다)하면 노동의 가치가 향상되는 원리입니다. ‘갑돌이는 물고기 생산에 절대 우위가 있고, 을순이는 빵 생산에 절대 우위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 원리는 무역의 이익을 설명할 때도 활용됩니다. 그런데 절대 우위에 따라 분업을 하려면 잘하는 것이 서로 달라야 합니다.

다른 예를 살펴봅시다. 무엇이든 잘하는 병식이는 물고기를 한 마리 잡는 데 2시간, 빵 하나 만드는 데 1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정철이는 물고기 한 마리 잡는 데 3시간, 빵 하나 만드는 데 4시간이 걸립니다. 병식이 정철이 모두 하루에 물고기 하나, 빵 하나가 필요합니다. 갑돌이 을순이의 분업처럼 여기도 그렇게 분업을 합니다. 병식이는 빵을 두 개 만들고, 정철이는 물고기를 두 마리 잡아서 서로 하나씩 교환하는 겁니다. 그러면 병식이는 하루 노동시간이 3시간에서 2시간으로 한 시간 단축되고, 정철이는 7시간에서 6시간으로 한 시간 단축됩니다. 절대 우위가 모두 병식이에게 있음에도 분업을 통한 노동 생산성 향상이 달성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가 스미스의 절대 우위론을 이어받아 설명합니다. 병식이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시간에 빵을 만들면 2개를 만들 수 있고, 빵 하나를 만드는 시간에 물고기를 잡으면 물고기 반(2분의 1)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셈입니다. 정철이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시간에 빵을 만들면 빵 4분의 3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회비용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왼쪽의 표와 같습니다.

● 선진국과 후진국의 무역도 모두에게 이익


이처럼 생산 비용을 생산의 기회비용으로 변환하면 분업의 원리가 설명됩니다. 기회비용이 작은 재화에 특화해 교환하면 두 당사자 모두 이익이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이것을 ‘비교 우위’라고 합니다. 병식이는 물고기와 빵 모두에서 절대 우위가 있고, 정철이는 절대 우위가 없지만 정철이는 물고기 생산에 비교 우위, 병식이는 빵 생산에 비교 우위가 있어 분업을 통한 이익이 모두에게 발생합니다.

비교 우위론은 무역을 설명하는 대표 이론입니다. 모든 품목을 잘 만드는 선진국과 선진국에 비해 나을 게 없는 후진국이라도 무역을 통해 모든 참여국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 간 분업에서도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과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분업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줍니다. 비교 우위론을 통해 일하는 사람이 점점 귀해지는 시대, 노동 생산성을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분업#노동생산성#저출산#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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