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스트레스에…수능 망친 고3 딸 수면제 과다복용 실신[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0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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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이 이른바 ‘보복소음’에 대해서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원심 판결 확정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확정 판결을 받은 A씨는 경남 김해시의 빌라에 세입자로 거주하면서 거의 한달 동안 새벽 시간대에 31회에 걸쳐 윗집에 보복소음을 냈습니다. 도구로 벽이나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거나 스피커를 이용해 찬송가 노래를 크게 틀었고, 게임을 하면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는 혐의입니다. 처벌 수준도 가볍지 않습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입니다.
실생활에서 보복소음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거나 통쾌한 복수의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웃을 괴롭힐 정도로 층간소음을 발생한 이웃이 잘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보복을 자칫 잘못 했다가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위층에 항의하니 ‘공부나 해라’ 답변…다시는 우리 같은 불행한 피해자 없기를
경북 구미의 아파트 10층에 거주하고 있는 고3 외동 딸을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최근 아래층 사람이 보복소음을 한다고 스토킹이라고 판결한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이젠 더 어떻게 해야하나 절망감이 몰려왔습니다.

층간소음 문제의 시작은 위층이 이사온 3개월 정도 지난 올해 4월부터였습니다. 고3인 딸은 수능까지 이를 악물고 공부했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혼자 있을 때 유서를 2장 남기고 수면제를 과다복용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가 일찍 발견하기 못했다면 아마 제 딸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아이의 유서를 통해서 위층 남자가 사람이 할 수 없는 문자를 보내 딸을 모독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딸의 인생을 망친 그 남자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죽이고 싶습니다. 도저히 이 집에는 더 이상 살 수 없어 다음달에 조용하다고 소개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갑니다.

우리도 층간소음 갈등을 위해 대화도 시도하고 중재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허망했습니다.
처음 위층에서 발걸이 소음이 들려 딸이 “너무 시끄러워 공부를 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을 때 애 아빠와 저는 고3이라 신경이 예민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관리소에 너무 늦은 시간에는 층간소음을 주의하도록 하는 방송도 요청하고, 위층에 주의할 것을 부탁했습니다.위층에서 혼자 사는 40대 남자는 밤 10시 이후에 집에 오는데 “최대한 주의를 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관리소장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딸이 스트레스를 최대한 적게 받도록 집 인근 독서실에서 공부하도록 하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오는 스케줄로 바꾸어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그러나 위층 남자의 퇴근 시간은 불규칙해서 밤 11시나 12시에도 집에 들어오기도 했고, 집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쿵쿵 거렸습니다.
수능 공부로 피곤하고 예민한 딸아이는 위층 남자의 발걸음 소음에 잠을 설쳤고 스트레스가 심하게 왔습니다. 관리소에 몇 차례 더 민원을 넣었고, 동대표회의에서 중재를 하겠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올해 8월 5일에 동대표와 관리소장이 집을 방문했고, 위층 남자도 만났습니다. 중재 결과는 위층 남자가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낼 수 있으니 소음이 심할 경우에는 제 딸이 문자를 보내기로 했고, 그 문자를 받으면 위층 남자는 주의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겠지, 수능만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라며 저는 단순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제 딸도 이러한 방식에 동의를 하길래 괜찮은가보다 하며 넘어갔습니다. 그때부터 딸 아이는 집에 들어와서 공부를 하다가 소음이 심하면 위층 남자에게 문자를 했고, 처음에는 위층 남자가 미안하다며 주의를 하다가 점차 문자가 반복되자 제 딸아이를 문자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도 예민하다’ ‘공부나 신경쓰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딸로서는 참기 힘든 문자를 보내왔던 모양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제 생각이 정말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후회가 됩니다. 왜 그때 더 적극적으로 딸 아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지, 차라리 따로 월세를 얻어 몇 달만 생활을 할 걸, 위층 남자의 멱살이라도 잡을 걸, 어리석게 동대표와 관리소자의 말을 믿고 소음이 심해서 힘들다는 딸을 말을 심각하게 듣지 않았는지… 제가 이 글을 보내는 것은 층간소음은 살인이라는 것을, 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다시는 저희 가족같이 불행한 사람이 나오질 않기를 바랍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최근 정부가 이런 저런 대책을 발표하지만 현장에서 상담도 하고, 피해 장소를 직접 찾아가 보면 층간소음 피해 대책을 위한 명확한 해결책이 여전히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시민단체 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촉발된 살인·폭력이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피해 유형은 윗집으로 인한 피해가 85%에 달할 정도로 아래층 거주자의 피해의 정도가 심각합니다.

가해자 가구가 반성하거나 자제할 의사가 거의 없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맞서 싸우거나 아니면 억울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이사를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 다시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관련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점검하시고, 공인중개사에게 미리 충분히 이야기 두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반드시 이사 갈 집의 윗집과 아랫집을 사전에 방문해 인사하고 이사 온 정황을 말해 주어야합니다. 그리고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미리 이사할 시간대를 이야기 두는 게 좋습니다.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사람마다 민감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이사할 집의 딸의 방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업체를 통해 방음 공사를 미리 하는 것도 검토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수면을 취하는 시간대에는 조용한 빗소리, 파도소리, 클래식 음악 등 백색소음을 듣도록 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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