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케이블카 독점’ 깨지는 남산…“생태계 훼손” 반발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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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1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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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중인 남산 케이블카. ⓒ News1
운행 중인 남산 케이블카. ⓒ News1
서울시가 과거 무산됐던 남산 곤돌라 조성사업을 재추진하면서 60여년간 이어진 민간 케이블카 ‘독점’이 끝날 전망이다. 다만 환경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공사에는 아직 변수가 남았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남산 곤돌라 조성사업 재추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시공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2025년 11월부터 곤돌라를 타고 남산에 오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2008년,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인 2015년에 두 차례 곤돌라를 추진했으나 환경 우려·문화재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서울시가 거듭된 무산에도 곤돌라를 재추진하고 나선 것은 2021년부터 남산 정상부에 관광버스 진입이 제한되며 이동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 제한으로 현재 대체 관광 수단인 케이블카에 인파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자산을 활용한 케이블카가 60년 넘도록 한 민간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점도 서울시가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민간 기업인 한국삭도공업은 1962년 처음 케이블카 운영권을 따낸 이래 현재까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케이블카 운영 등을 규정하는 ‘궤도운송법’이 사업 기간을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부채납 규정이 없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한국삭도공업이 사업권에 걸맞은 공공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부채납은 일정 기간 공공자산으로 사업을 하는 대신 후에 이를 정부·지자체에 무상 증여하는 제도다.

한국삭도공업은 케이블카 사업으로 연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국유지 사용료로 정부에 납부하는 금액은 3000만~4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한국삭도공업측은 지난 2월 케이블카 설비 개·보수 심의에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곤돌라 사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자 간 갈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곤돌라 현실화까지는 환경 문제라는 암초가 남아있다.

환경단체들은 곤돌라 조성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2008년 사업이 무산됐던 주요 이유도 환경 훼손 우려였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곤돌라든 케이블카든 사람이 직접 걸어 올라가는 방식이든 방식만 다를 뿐 환경을 크게 파괴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서울시는 곤돌라가 친환경인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서울시가 어떤 방식으로든 교통 수단을 놓겠다는 입장이기에 특정 교통 수단을 저지하기보다는 운영 수익으로 어떻게 복원 사업을 전개할 것인지에 더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수익 전액을 생태 보전 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남산 생태여가 기금’(가칭)을 신설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곤돌라 건설은 필연적으로 생태적 훼손이 수반되는 사업인 데다 남산 보호구역에 매우 인접해서 공사가 이뤄진다”며 “서울시가 ‘친환경’, ‘복원’ 등의 단어를 내세우면서 정작 개발을 하겠다는 건 ‘지속 가능한 남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운영되는 케이블카만으로도 자연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상부에 방문하고 있고 등산로, 자가용 등 이미 이동 수단이 많다”며 “환경 파괴가 심한 곤돌라를 놓으면서 그 수익으로 생태 보전을 하겠다는 건 대단히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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