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깜짝 나타난 아기상어…심장병 아이 위한 간호사의 선물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8월 8일 08시 15분


코멘트
지난 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대학병원에서 심실보조장치를 달고 있는 생후 19개월 환아 A 양이 아기상어 공연팀과 만나고 있다. 보배드림
지난 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대학병원에서 심실보조장치를 달고 있는 생후 19개월 환아 A 양이 아기상어 공연팀과 만나고 있다. 보배드림
지난 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대학병원에 “아기상어 뚜루루뚜루” 노래가 울려 퍼지며 아기상어 올리가 등장했다.

아기상어 모자와 핑크퐁 티셔츠를 입은 채 아기상어 캐릭터가 그려진 과자봉지를 손에 꼭 쥐고 있던 생후 19개월 환아 A 양은 올리를 보자마자 얼음이 됐다. TV에서만 보던 아기상어가 눈앞에 나타나자 놀란 것이다. 하지만 이내 A 양은 심실보조장치를 단 것도 잊은 채 올리와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A 양은 생후 7개월 때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1년 넘게 입원 생활을 하며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A 양의 심장은 입원 당시 10%밖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랜 병원 생활과 관계없이 A 양은 또래 아이들처럼 아기상어에 푹 빠져 밥 먹을 때마다 아기상어 영상을 본다. 아기상어 옷도 즐겨 입는 등 병동에서 ‘아기상어 마니아’로 통한다.

마침 병원과 가까운 연세대학교 백주념기념관에서 ‘핑크퐁과 아기상어의 생일파티 대소동’ 앵콜 공연이 열렸다.

A 양의 담당 간호사 이은성 씨는 출퇴근길 아기상어 공연 현수막을 볼 때마다 A 양이 떠올랐다. A 양이 아기상어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A 양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A 양이 있는 심혈관 병동은 백주년기념관에서 도보로 1분도 걸리지 않지만 심실보조장치를 단 A 양에게는 그 정도의 이동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 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그 현수막을 보자마자 A 양에게 공연을 너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아이들은 입·퇴원이라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 아이는 심장이식을 하지 않으면 퇴원이라는 상황이 생길 수가 없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서 지치기도 하고 그러니까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A 양에게 아기상어를 보여줄 방법을 궁리한 끝에 지난 1일 더핑크퐁컴퍼니에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놀랍게도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에게 답이 왔다. 조만간 공연팀이 A 양을 만나러 직접 병원을 방문하겠다는 것이다.

A 양의 담당 간호사 이은성 씨와 A 양 어머니가 나눈 메시지. 보배드림
A 양의 담당 간호사 이은성 씨와 A 양 어머니가 나눈 메시지. 보배드림
이 씨는 이 소식을 A 양 어머니에게 전하며 “○○(A 양)가 나중에 커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병원에 있는 기다림이 그냥 힘든 시간만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운함도, 힘듦도 기쁨의 순간이 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하시고 좋은 생각만 하셔라. 우리 ○○가 예쁘고 복이 많아서 그렇다”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틀 뒤인 지난 3일 백주년기념관에서 공연을 마친 아기상어 올리와 ‘튼튼 쌤’ 역의 뮤지컬 배우 신상민 씨가 직접 A 양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아기상어 공연팀은 A 양 앞에서 상어가족 노래에 맞춰 율동을 보여주기도 하고, 동화책과 문구류 등 미리 준비한 선물을 직접 전달했다.

A 양의 아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사연을 공개하며 “다른 사람한테는 별일 아니겠지만, 인공 심장을 달고 있어서 밖에 나갈 수 없는 우리 아이를 위해 직접 와 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인사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신촌 세브란스 의료진분들, 그리고 공연 끝나자마자 힘든데 와주신 올리와 튼튼 쌤 배우 님, 더핑크퐁컴퍼니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