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같이 놀았었는데… 승아야, 하늘에서도 행복하게 지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지만 미리 생일 축하해”
10일 오후 대전 둔산동의 한 초등학교 앞. 장례식장에서나 마주쳐야 할 국화다발과 추모 메시지가 담긴 쪽지들이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8일 오후 60대 만취 운전자 A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에서 걸어가던 초등생 4명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난 어린이보호구역이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3%로 면허 취소 수준. 4명의 피해 아동 가운데 9세 배승아 양은 의식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날 사고 장소에는 승아 양을 추모하는 친구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하얀 국화꽃 사이에 놓인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쪽지에는 안타깝게 먼저 떠난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장소지만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어린 학생들은 한참을 머물렀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스쿨존 지역으로 제한속도가 시속 30㎞다. 해당 구역에서 운전자 부주의로 어린이가 숨질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대전지법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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