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 사발면이라도 같이…” 2톤 쓰레기 방 거주자 마음 연 경찰

  • 뉴스1
  • 입력 2023년 3월 22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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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강박증으로 2톤의 쓰레기 더미 속에 살던 50대 남성이 4년 만에 구출됐다. (SBS)
저장강박증으로 2톤의 쓰레기 더미 속에 살던 50대 남성이 4년 만에 구출됐다. (SBS)
‘저장강박증’으로 쓰레기가 가득 쌓인 집에 사는 50대 남성이 한 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마음을 열고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21일 SBS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주민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 A씨의 집에서 쓰레기 더미를 수거하고 A씨에게 새 임대주택을 주선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A씨는 불안함에 물건을 계속 모으는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었고, 그의 집 안에는 정체 모를 쓰레기가 천장까지 쌓여있는 상태였다.

술 취한 A씨를 집에 데려다주며 쓰레기 방을 발견한 박종호 경위. (SBS)
술 취한 A씨를 집에 데려다주며 쓰레기 방을 발견한 박종호 경위. (SBS)
지난해부터 상황을 인지한 주민센터 측은 A씨 집의 쓰레기를 치워주려 했지만 A씨가 “나는 편하다. 괜찮다”며 번번이 거절해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런 A씨를 회유할 수 있었던 건 홍은파출소 박종호 경위 덕이었다. 지난 3일 공원에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박 경위는 A씨를 집에 데려다주다가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사흘 동안 밥도 못 먹고 술만 마셨다고 하소연하는 A씨에게 박 경위는 “사발면이라도 같이 드시겠냐. 뜨끈뜨끈한 국물에. 저도 아침을 안 먹고 급하게 출근했는데”라는 말을 건넸다.

A씨 집의 쓰레기를 수거해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 (SBS)
A씨 집의 쓰레기를 수거해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 (SBS)
주민센터 측 도움의 손길을 한사코 거부해왔던 A씨는 박 경위의 말 한마디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쓰레기를 모은 지 4년 만에 쓰레기 더미 방에서 구출됐다.

주민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10여 명이 모여 방에서 꺼낸 쓰레기만 약 2톤이었다. 3평짜리 공간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양의 쓰레기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주민센터는 A씨에게 새 임대주택을 주선하고, 집주인에게는 도배 작업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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