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동 33% 비대면 진료… 맞벌이 “5월 원격 중단땐 큰 불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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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전화 등 활용 한시 허용
작년 1015만명 이용… 2년새 13배로
코로나 경보 풀리면 금지될 가능성
“병원 가기 힘든 환자엔 허용해야”

3세 딸을 둔 워킹맘 백모 씨(32)는 올해 초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는 어린이집의 연락을 받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당장 회사를 나올 수 없어 퇴근 후 달려갔지만 이미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는 문을 닫은 후였다. 백 씨는 스마트폰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을 찾아 전화로 진찰을 받았다. 1시간 뒤 집으로 배달된 약을 먹이자 아이의 열이 가라앉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전화나 화상 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병·의원 이용을 쉽게 하는 편리한 제도로 자리 잡으면서 특히 어린이와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이용이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다시 비대면 진료가 금지될 수 있어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 비대면 진료 2년 새 12.8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어린이(0∼14세)의 비대면 진료 이용량은 195만6000여 건이다. 이 연령대 전체 인구(약 593만 명)의 33%에 이른다. 의료계 관계자는 “특히 주중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 힘든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비대면 진료가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병원 오픈런’까지 벌어지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비대면 진료 건수는 총 1015만66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20년 79만4100여 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새 12.8배로 늘었다.

비대면 진료는 병원에 자주 방문하기 힘든 섬 지역 등에서 특히 유용하다. 고혈압, 당뇨 등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사람이 전화 진료로 먹던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되면서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군 단위 등 98개 지방자치단체를 ‘의료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의 비대면 진료 이용량은 2년 새 17.4배로 늘었다.

● 코로나 위기경보 완화되면 ‘불법’
하지만 이르면 2개월 뒤부터는 비대면 진료가 전면 금지될 수 있다.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일 때에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방역당국은 5월 전후로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진료하는 데도 비대면 진료의 활용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아직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전화나 화상 통화를 하는 것만으론 정확한 진료가 어려워 오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보편화되면 동네 의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거란 예측도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정협의체를 꾸려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1월 말 의협이 간호법 국회 본회의 상정을 문제 삼아 협의체 가동을 중단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 의원은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환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나 화상통화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 화상진료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비대면 진료#의료취약지역#코로나 위기경보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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