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쓰셨죠? 코인 보내세요”…가상자산 보이스피싱 피해도 구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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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8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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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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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A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놀란 김 씨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상대방은 남은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며 불러준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 혼비백산한 A씨는 전화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돈을 모두 보냈다. 이후 연락이 두절되자 그제야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챘다.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문의했지만, 사기범이 이미 코인으로 환전한 상황이라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최근 들어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거래소)에 대해서도 은행과 동일한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절차’를 도입한다. 가상자산을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확인되면 코인 거래소가 즉시 계정을 정지하고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환급해주는 절차를 만든다. 그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거래소로 흘러 들어간 경우엔 제도적 장치가 없던 탓에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했었는데, 앞으로는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가상자산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방안을 줄기로 하는 ‘제2차 금융분야 보이스피싱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권의 보이스피싱 대응이 강화되면서 범죄자금 입출금이 어려워지자 자금 출금이 용이한 새로운 방식의 보이스피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를 통해 파악한 가상자산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 2021년 163억6000만원에서 2022년 199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2020년 82억6000만원 대비 크게 늘었다. 다만 이는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거래소 연계 계좌에 입금한 내역 등을 바탕으로 파악한 현황이며, 피해자가 직접 코인을 보낸 경우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중 대표적인 방식은 ‘금융회사’를 통하는 방법이다. 사기범 명의 또는 사기범이 점유한 금융회사 계좌로 피해금을 받으면, 거래소와 연계된 시중은행 계좌(실명확인 입출금 계정)로 돈을 보내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식이다. 또는 고액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며 가상자산 구매 대행자를 구해, 피해자로 대행자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하는 방식도 있다.

지금도 거래소와 연계된 시중은행 계좌에 보이스피싱 자금이 흘러갔다면, 해당 은행은 보이스피싱법에 따라 즉시 계좌 지급 정지 조치를 하고, 피해금 환급 절차에 착수한다.

다만 범인이 이미 피해금으로 가상자산을 구매했다면 지급정지 조치가 불가능하다. 현행 보이스피싱법에선 은행 등 금융회사 계좌만 지급정지가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돼 사기범의 계정으로 돈이 흘러간 경우 거래소에 범인 계정 정지 요청을 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거래소가 범인의 계정을 정지하더라도,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관련 계좌번호만 넘겨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래소는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직접 범인의 전자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전송하는 유형도 있다. 이럴 경우 피해자는 거래소에 직접 범인 계정 정지를 요청해야 하나, 전자지갑 주소만으로는 해당 지갑이 어떤 거래소에서 관리되는지 알기 어려워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만약 거래소에서 다른 거래소로 가상자산이 한 번이라도 전성되면 피해금 추적이 사실상 어렵다. 보이스피싱법상 피해금이 A은행에서 B, C은행으로 흘러갈 경우 A사는 B와C은행 측에 정보를 공유해 피해금이 제4의 은행으로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자지갑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거래소는 서로 전자지갑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소에도 은행처럼 보이스피싱법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거래소는 은행처럼 범인의 계정은 물론 연관된 계정을 정지하고 피해자 구제 절차가 진행된다. 계정 지급 정지 후 채권소멸절차 등을 거쳐 피해금을 환급하는 식이다.

환급에 필요한 정보를 비롯해 피해금을 현금이나 가상자산으로 지급할지 여부는 향후 태스크포스(TF)에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4월 중 보이스피싱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을 통해 추진한다.

아울러 해외거래소나 개인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전송 시 진행되는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가상자산이 국내거래소에 남아있다면 환급이 가능하지만, 해외거래소나 개인 전자지갑으로 출금된 경우 추적이 어려운 만큼,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지급정지에 필요한 시간을 벌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 5대 거래소에서 이동된 가상자산 규모는 원화로 57조2507억원인데 그중 해외 거래소 이전된 규모는 16조1556억원(28.2%)에 달했다.

같은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다른 거래소 또는 개인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 전송 시 숙려기간을 두기로 했다. 최초 원화 입금 시엔 72시간, 추가 입금 시에는 24시간을 두는 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에도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절차가 적용되므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유인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피해금이 가상자산거래소로 간 경우, 신속하게 피해금 환급이 가능해 소비자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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