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한 유치원 교사에 “일주일이나 쉬냐” 막말한 학부모 [e글e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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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6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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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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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동료와 원장, 아이들까지 모두 좋고 행복했다던 8년 차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의 막말에 결국 사직을 결심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유치원 교사 A 씨는 ‘아이가 집에 오면 선생님만 찾으니 너무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말라’, ‘맹장 수술 진료기록을 보내라’는 등 학부모의 과한 요청도 “아이들이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이런 요청들도) 일종의 사랑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밝힐 만큼 직업에 애정을 가진 교사였다.

하지만 “얼마 전 정말 힘겹게 가진 아이를 7개월 만에 유산했다”며 “정기검진 받으러 갔는데 심장이 안 뛴다고 (말하더라) 너무 갑작스러웠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지키지 못한 제 탓”이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해당 유치원 원장과 동료들은 모두 A 씨에게 ‘몸 추스르고 천천히 출근해라’고 했으나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일주일 만에 다시 출근했다. 하지만 A 씨는 학부모의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 지난해 A 씨가 맹장 수술을 받았을 당시 진료 기록 요구했던 학부모였다.

학부모는 A 씨를 보고 “책임감 없이 무턱대고 임신하셨을 때도 화났는데, 수술한다고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우냐”고 말했다. 심지어 함께 아이를 데리러 온 다른 학부모는 “안타깝지만, 우리 아이는 내년에도 선생님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라고 안도했다.

A 씨는 “어떻게 대답했는지, 어떻게 교실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마음이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한다.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 (교사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더 좋은 선생님께 더 사랑받으며 자라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다시는 유치원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심정을 밝히며 “학부모들을 마주할 에너지도 용기도 없어졌다. 무섭고 숨이 막힌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비수처럼 박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학부모님들도 참 많은데 제가 편협인지 이제 못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이 땅의 선생님들 힘내시길 바란다”며 “아이들, 학부모님들도 다들 행복하길”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속상했을 것 같다. 푹 쉬고 몸조리 잘하셔서 다시 예쁜 천사가 찾아오길 바란다”, “자기도 자식 낳은 부모가 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으니 자책하지 말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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