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현금 없어서” “귀성 대신 배달 알바”…‘혼설’ 이유 제각각

  • 뉴스1
  • 입력 2023년 1월 22일 0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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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2023.1.20/뉴스1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2023.1.20/뉴스1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3년 만에 맞이하는 첫 대면 설날이지만 ‘혼설족’(혼자 설날을 보내는 사람들)‘을 자처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부터 병원에서 밤새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까지 다양했다.

직장인 강모씨(34)는 올해 처음으로 ’혼설족‘에 합류했다. 친척들에게 세뱃돈으로 줄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강씨는 명절 선물과 친척, 부모님 용돈으로만 100만원을 썼다고 했다.

강씨는 “월급에서 생활비, 대출금 등을 빼면 남는 돈이 없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70만원 늘었다”며 “설날 이후 부모님만 따로 찾아뵈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강씨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설 명절을 혼자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설 명절 기간 중 아르바이트, 부업을 택한 이들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3)는 귀성 대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는 “남는 시간에는 회사에서 받은 선물 세트도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돈을 벌 생각”이라고 귀뜸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안모씨(29·여)는 고향인 전라남도 목포에 내려가지 않고 혼자 설을 보낼 예정이다. 세뱃돈을 주기도, 받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사촌들은 취업을 해 동생들에게 세뱃돈을 주는데, 아직 (나는) 세뱃돈을 줄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친척집에 세배를 드리러 갈 때마다 (제 취업 문제로) 부모님이 속상해하는 모습도 보고싶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학교와 도서관을 오가며 국가고시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고향 대신 독서실로 향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씨(23)는 “설 연휴가 사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는 시간을 빼면 컨디션을 조절 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뿐”이라며 “1차 시험이 한달 반밖에 안나와서, 설 명절 후 부모님께서 올라오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 의료진, 소방관 등은 이날도 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김진아(30·여)씨는 올해 설날에도 자진해서 병동을 지키기로 했다. 김씨는 “제가 당직을 서면 자녀가 있는 동료들이 오프(쉬는날)를 받을 수 있다”며 “명절에는 입원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활기차 보여서, 저도 힘이난다”고 웃어보였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30대 이모 경장은 “설 명절에는 가정폭력, 주취사건이 많아서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경찰 특성상 근무가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명절 때 온전히 쉴 수 없다. 대신 덜 바쁠 때 휴가를 내고 쉬고 오면 되니 괜찮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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