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목 해킹 시도한 ‘시험지 유출’ 고교생, 영어만 실패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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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전경. 뉴스1
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전경. 뉴스1
내신시험 문답지를 해킹한 광주 대동고 재학생 2명이 10차례 이상 교무실에 들어가 모든 과목의 문답지를 해킹하려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대동고 2학년 A군(17)과 B군(17)에 대한 수사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은 올해 3월 중순~지난달 초순 대동고 교무실에 13차례 침입해 교사 노트북에 악성 코드를 설치한 뒤 중간고사 10과목, 기말고사 10과목 등 모든 시험 과목의 문답지를 빼내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5분 간격으로 화면을 캡처하는 악성 코드를 제작해 교사들의 노트북에 설치했다. 악성 코드가 수분 간격으로 화면을 자동으로 캡처해 파일로 저장하면, A 군 등은 교무실에 다시 들어가 이 파일을 USB에 담아오는 방식으로 문답지를 빼냈다.

그러나 이들은 중간고사 과목 중 한국사, 지구과학, 영어 등 3과목과 기말고사 영어 1과목의 문답지는 빼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와 지구과학은 이들의 범행기간 동안 시험 문제를 만들지 않았고, 영어의 경우 다른 보안프로그램이 추가 설치돼 악성 코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3월 노트북 원격 프로그램으로 해킹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점을 감안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경찰 수사 결과 학교 측이 시험지 관리를 허술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동고는 1월부터 교무실 보안시설이 작동하지 않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재가동시키지 않았다. 특히 일부 교사는 시험지 파일에 비밀번호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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