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유물 기증… ‘시민 박물관’으로 거듭나는 인천시립박물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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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이상범 등 유명 작품 포함
생활 관련된 소품이나 기념품 등
2300점의 다양한 유물 기증 받아
인천의 역사 생생하게 볼 수 있어

12일 한 여성 기증자가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될 유물로 내놓은 약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12일 한 여성 기증자가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될 유물로 내놓은 약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시가 12일 연수구 옥련동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시민들을 초대해 뜻깊은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그림이나 예술작품, 생활유물 등을 시립박물관에 내놓은 시민들을 위한 기증식을 연 것.

앞서 시립박물관은 지난해 시민 23명과 문화재단 1곳에서 323점에 이르는 유물을 기증받았다.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 가운데에는 자신이 다녔던 학교의 사진과 졸업앨범, 교원자격증, 생활통지표, 상장 등과 같은 교육 관련 자료가 많았다. 인천의 생활사 연구에 활용할 중요한 유물도 있었다. 한 여성은 시어머니의 유품이었던 경기도민증과 일터에서 사용했던 저울을 비롯해 한약방에서 사용하던 약장을 내놓는 등 기증자의 삶과 추억이 그대로 묻어나는 소중한 유물도 포함됐다.

인주문화재단은 19세기 인천 출생 화가인 이당 김은호의 산수인물도를 포함해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등 8점의 회화를 기증했다. 이날 시립박물관은 기증자들에게 증서와 기념품, 기증유물목록집을 건넸다. 또 유물기증실에 명패를 부착하고, 관람 가치가 높은 유물을 선별해 전시하기로 했다.

시립박물관이 해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유물 기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이 지금까지 2300점이 넘는 유물을 내놓았다.

그동안 시민들이 시립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화살촉과 같은 선사시대 유물과 조선시대 항아리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유물도 있다. 인천은 물론이고 한국의 역사, 민속, 문화, 생활과 관련된 소품이나 문서 등도 상당수다.

특히 광복 이후 인천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유물이 눈에 띈다. 일제강점기 서해안에서 생산한 소금을 경기 수원 일대로 실어 나르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1994년 운행을 중단할 때 마지막 기관사로 근무했던 시민은 자신이 입었던 기관사복을 기증했다. 1963년 설립돼 소금을 생산해 판매한 국영기업인 대한염업주식회사에서 근무할 때 모았던 염전 관련 자료를 내놓은 시민도 있다. 자료에는 당시 인천의 남동, 소래, 군자 염전 사진과 도면, 당시 염전의 소금 생산량이 기록돼 있다.

1970년대 동아일보 인천주안지국에서 독자들에게 증정품으로 나눠 준 것을 보관해 오다가 시민이 기증한 성냥도 눈길을 끈다. 인천항으로 수입된 원목이 많아 항구 곳곳에 성냥공장이 들어섰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2018년에는 수인선 협궤열차의 객차를 기증받아 시립박물관 우현마당에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천시 등록문화재(제3호)로 지정됐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시민들이 살아 온 과거의 삶이 투영된 자료를 기증하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유물로 결정한다”며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을 모아 특별전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시민 박물관#인천시립박물관#유물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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