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부모喪 당해도 구속정지 어려워져”…검수완박 13가지 피해사례 제시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9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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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안이 통과되면 구속송치된 피의자가 부모상(喪)을 당해도 곧바로 구속집행정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19일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 여러분께 이런 피해가 생긴다”며 13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법률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예시를 들어 설명한 자료다.

먼저 검찰은 형사소송법 209조에서 ‘검사 또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점에 주목했다. 같은 법 93조와 101조는 각각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관한 조항인 209조가 이를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준용 규정에서 ‘검사’를 지움으로써 마치 사법경찰관만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검찰로 구속송치된 피의자의 경우 혐의가 없거나 고소가 취하되면 구속을 취소해야 하는데, 개정안대로면 검사가 경찰에 이를 요청해야 하는 것이다. 심한 병을 앓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등 긴급한 사유가 있어도 검사가 경찰에 구속집행정지를 요구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다시 사법경찰관에게 구속취소나 구속집행정지를 요청해야 하는 것”이라며 “경찰 입장에선 이미 기록을 송치했는데 우리가 모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면 (사건이) 붕 뜰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사건 송치 이후 피의자가 달아나도 신속한 검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기존에는 검찰이 직접 달아난 피의자를 추적하는 게 가능했지만, 형사소송법 196조와 검찰청법 4조 등에 규정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에 요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아도 검찰로선 사건관계인을 도울 방법이 없다는 점도 언급됐다. 현재도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는 범죄에 관한 고소·고발장은 받아도 경찰로 보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사건의 수사와 접수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불법이 있어도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197조의3에서 검사의 사건 송치요구권을 규정한 5항과 6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이 유치장에 불법으로 가둔 것이 의심돼 검찰이 석방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기존 형사소송법 198조의2는 검사가 불법구금이 의심되는 사람의 석방을 경찰에 명령하거나 사건을 송치하도록 했지만,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석방한다’라는 조항을 뒀다.

개정안이 시행돼도 검찰은 사건이 송치되면 피의자나 피해자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과 달리 진술을 조서의 형태로 남겨 재판에 증거로 쓰는 일이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사건관계인이 외국인이면 기존 형사소송법 221조 2항에 따라 검사도 통·번역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 힘들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개정법에 따라 검찰은 오로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하므로, 사건관계인이 검찰에서 추가로 수사해주길 원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도 형사소송법 245조의7 2항이 삭제돼,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불복하는 게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검찰이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많은 돈을 뜯은 사기범이나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를 발견해도 구속할 수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구속의 요건을 정한 형사소송법 201조에서 ‘검사의 청구’ 부분을 삭제한 탓에, 오직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해야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사건, 박사방 사건과 같은 복잡한 사건의 해결이 힘들어진다는 점도 우려했다. 경찰이 인력부족이나 사건의 난해함을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아도 검찰로선 직접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오로지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거짓 증언을 해도 공판검사 역시 수사권을 갖지 못해 위증죄를 묻지 못한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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