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브랜드’에 대한 생각 [고양이 눈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7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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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019년 7월
조선시대 불도장.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조선시대 불도장.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브랜드(Brand)는 낙인(烙印) 즉 불도장입니다. 농경 사회의 가장 큰 재산인 가축에 소유주 표시를 하는 것이었죠. 비록 단순한 문양이었지만 큰 가문마다 고유의 브랜드가 있었고 이것이 귀족 가문이나 왕실, 국가의 휘장 등으로 발전합니다.

중앙집권 국가에선 왕실이나 황실 외엔 각 가문의 휘장이 없습니다. 지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역모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중국과 우리나라에는 휘장이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교황이 권위를 부여한 중세 유럽 영주와 자기 지역의 통치권이 있던 일본의 다이묘들에겐 각각의 휘장과 귀족 문양 등이 많았습니다.

영화 ‘명량’ 스틸컷. 조선 수군 판옥선 위엔 장수를 표시하는 ‘帥’ 깃발만 있지만 왜군들에겐 다이묘 고유의 깃발이 있습니다.
영화 ‘명량’ 스틸컷. 조선 수군 판옥선 위엔 장수를 표시하는 ‘帥’ 깃발만 있지만 왜군들에겐 다이묘 고유의 깃발이 있습니다.
영화 ‘명량’ 스틸컷. 조선 수군 판옥선 위엔 장수를 표시하는 ‘帥’ 깃발만 있지만 왜군들에겐 다이묘 고유의 깃발이 있습니다.
영화 ‘명량’ 스틸컷. 조선 수군 판옥선 위엔 장수를 표시하는 ‘帥’ 깃발만 있지만 왜군들에겐 다이묘 고유의 깃발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 4번대 군기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각자 자기 지역에선 무한 권력의 상징이었을 것입니다. 평창문화원 홈페이지
임진왜란 당시 왜군 4번대 군기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각자 자기 지역에선 무한 권력의 상징이었을 것입니다. 평창문화원 홈페이지



여권엔 국가의 휘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옛 한국 여권
여권엔 국가의 휘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옛 한국 여권
여권엔 국가의 휘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영국 여권.
여권엔 국가의 휘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영국 여권.


▽권력이 분산된 민주주의 사회에선 어느 단체나 자유롭게 자신의 휘장과 브랜드를 쓸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꽃인 상품과 현대사회의 신흥 귀족인 기업도 자기 브랜드를 가집니다. 브랜드는 좋은 느낌을 주려는 기호 이미지입니다. 욕망의 코드가 됩니다.

브랜드는 대개 이미지와 로고로 구성되죠. 로고(Logo)는 디자인 처리된 문자입니다. 로고를 이미지로 쓰는 브랜드도 많습니다. 신생 브랜드라면 이름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로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반대로 시장지배력이 강한 브랜드는 이미지에 집중합니다. 로고는 빼버리고 이미지만 던집니다.

스타벅스 초기 브랜드
스타벅스 초기 브랜드
요즘엔 로고 없이 이미지만 노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 1위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죠. 텍스트를 제거해 버렸습니다.
요즘엔 로고 없이 이미지만 노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 1위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죠. 텍스트를 제거해 버렸습니다.


단순한 모양으로 시작됐을 브랜드는 귀족이나 왕실 등에 의해 점점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 형태로 발전합니다. 위 영국 국가 휘장처럼. 하지만 현대의 상품 브랜드들은 반대방향으로 가는 듯 합니다.



시장은 복잡해져 가는데, 브랜드들은 점점 단순해지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브랜드가 단순해지니 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증명하는 것이죠. 이미지(그림)는 텍스트(문자)보다 강렬합니다. 직관적이니까요. 단순한 기호일수록 종교적인 의미나 주술적 상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권위를 가진 상징에 복종하고픈 습성도 인간의 원초적 욕망 아닐런지요. 이 바닥에선 단순할수록 권력을 발휘합니다. 한 지역의 농토를 거의 다 독점했던 귀족 가문의 단순한 낙인도 그 지역에서만큼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했을 것입니다.



신생기업들도 시장을 지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면 슬슬 브랜드를 단순화하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는 로고, 즉 문자를 활용한 디자인이네요. 이름을 조금 더 알려야 하나요?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브랜드가 ‘찐팬’들에게 숭앙받는 지위에 오르면 디자이너들은 로고를 제외한 채 이미지를 다양하게 응용하는 장난을 치곤합니다. 제가 디자이너라도 재미있을 겉 같아요. 자사 브랜드 이미지인 파타고니아 산맥 라인을 그리즐리 곰과 송어에 응용한 디자인. 찐팬들이 열광할 것이란 자신이 있는 것이겠죠. 이런 이미지를 아예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합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며 팔짱을 낀 것 같은 브랜드. 극단적인 단순한 이미지로 특별한 기호가 되려는 브랜드의 권력욕이 느껴집니다.

중국 베이징 애플 매장. 애플 홈페이지
중국 베이징 애플 매장. 애플 홈페이지



좌우 대칭 건물 정중앙 윗부분에 배치된 하얀 사과. 숭배 받고 싶은 걸까요. 공기처럼 일상을 장악하고 싶나요. 아니면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자 지위를 누리고 싶은 걸까요. 연출된 듯한 이미지이지만, 매장 앞 사람들의 자세와 시선, 행동이 절묘합니다.

2018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를 마치고 인민대회당을 나오는 참석자들. 베이징=뉴시스 신화통신
2018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를 마치고 인민대회당을 나오는 참석자들. 베이징=뉴시스 신화통신



국가 휘장이 대칭 건물 정중앙 윗부분에 설치돼 있습니다.

2022년 2월
2022년 2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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