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방역 실패… 백신 부족에 속수무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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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 유행]4차유행 최악 시나리오 현실로
정부, 실효성 있는 보완책 못 내놔… 당분간 확산세 막기 어려울 듯
文대통령 “확진 증가, 전세계적 현상…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

2200명 넘은 신규확진… 4차유행 끝은 언제 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21만6206(+2223)이라는 숫자가 표시돼 있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와 11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 수다.
 국내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200명 넘은 신규확진… 4차유행 끝은 언제 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21만6206(+2223)이라는 숫자가 표시돼 있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와 11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 수다. 국내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통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1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지난해 1월 20일 첫 환자 발생 후 처음으로 2000명대인 2223명을 나타냈다. 12일 발표될 확진자 수도 2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확진자 중 70%를 넘어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는 한 당분간 확진자 증가세가 감소로 전환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4차 유행은 정부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라 진행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4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12일 청와대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방역에 성공할 경우 7월 25일부터 환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 8월 말에는 하루 600명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가 1.22로 유지될 경우 8월 중순 확진자 수가 2331명까지 늘 것으로 봤다. 4단계 시행 한 달 만에 가장 우려했던 전망이 현실이 된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4단계를)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이 4차 대유행의 정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조차 현 유행의 정점이 언제일지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필수 활동 외 이동을 통제하고 야간 봉쇄 수준으로 가지 않는 한 ‘확진자 1만 명’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가올 광복절 연휴에 이동을 자제해 달라”며 “범부처 합동으로 ‘집에서 머무르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면서도 “현재의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방역 실패를 시인했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기존 방역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존 대응체계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방역 조치의 규제력이 약해서인지, 피로감으로 국민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인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휴때 집에 머물러달라” 기존대책 되풀이
‘짧고 굵은’ 방역 실패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 역시 “현재 하고 있는 방역조치로는 확산세를 차단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고위험군, (감염) 취약 집단의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높게 잡는 방법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 정부가 더 이상 낼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달이 넘어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8월 첫 주(2∼8일) 이동량이 1월 대비 30% 늘어날 정도로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무색해졌다. 그 사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2.5배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전체 확진의 70% 이상 나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델타 변이에 가장 효과적인 모더나 백신은 8월 공급량이 절반 이하로 축소된 이후 추가 도입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도 추가 방역 강화책은 나오지 않았다. 거리 두기 3단계 이하 지역의 요양병원·시설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허용하던 접촉 면회를 잠정 중단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종사자의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기존 대책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면서 정부는 광복절 연휴 기간 나들이 자제, 재택근무 및 여름휴가 분산 권고 등 국민 참여를 다시 한 번 호소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19와 아예 다른 바이러스다. 이제 무엇을 목표로 코로나19에 대응해 나갈지 8월 중에는 꼭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백신 2차 접종이 추석 연휴(9월 18∼22일)로 잡힌 사람의 접종일을 5일씩 당기기로 했다. 1, 2차 접종 간격이 6주를 초과한 사례들도 6주로 일괄 조정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방역 실패#백신 부족#4차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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