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징용 소송’ 각하 파장…“법원이 왜 국익 따지나” 성토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7일 18시 39분


코멘트

민변 등 "판결 사회적 효과, 사법영역 아냐"
"나라 걱정에 법관 독립·양심 저버린 판단"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이 ‘각하’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와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7일 이같은 논평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주식회사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국가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지난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 승소 판결을 확정한 것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완전히 소멸된 것까지는 아니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국가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를 제기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해석했다.

이는 앞선 대법원 판결에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의 별개 의견과 같은 취지다. 나아가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역효과 등도 이번 판결에 고려했다.

이를 두고 민변 등은 “이 사건 판결은 일제 시기에 중대한 인권 침해를 당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국내 사법절차를 통해 실효적으로 구제받는 것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판결은 이미 2018년 대법원 전합에서 소수의견에 머물렀던 의견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별다른 사정변경이나 추가 논리 없이 다른 해석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면서 “법적 안정성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또 “이 사건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비본질적, 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는 점”이라며 “민사 본안 재판에서 비본질적 집행단계의 문제를 청구 각하 근거로 설시한 것은 그만큼 판결 논리의 빈곤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사건 판결은 국가적 이익을 앞세워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불능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비법률적”이라며 “판결의 사회적 효과는 원칙적으로 사법부가 판단 근거로 삼을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변 등은 “이 사건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했다”며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별다른 부끄러움 없이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견 판결은 항소심에서 파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국의 최고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은 중대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