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먼저 맞게 해주세요”…각계 각층서 요구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6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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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붐비는 제주공항. 뉴시스
관광객 붐비는 제주공항. 뉴시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3만 명씩 몰려드는 관광객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제주도민에게 백신 예방접종을 우선 지원해 주시길 촉구합니다.”

1일 제주도의회가 내놓은 건의안에 담긴 호소 내용이다. 제주도는 국내 지방자치자체 중 처음으로 주민을 대상으로 백신 우선접종을 요청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제주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증가세다. 최근 일주일 동안 제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04명으로 지난달 같은 시기(35명)에 비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처럼 최근 지역과 직종에 따라 “우리부터 백신을 맞게 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1차 접종자 및 예약자가 14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백신 불안’이 다소 가라앉은 데 따른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특정 계층을 우선 접종하기보다 연령대별로 진행할 방침을 밝혔다.

● 제주 확진자 증가에 “우선접종 필요”
제주에 한정한 선제적 백신 접종 방안이 거론되는 것은 섬이자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이다. 제주도의회는 건의문에서 “제주는 섬이라 감염 확산 시 이송이 어렵고 의료 체계 과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을 통한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제주에서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6일 0시 9만7203명으로 인구의 14.4% 수준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주도청에서 만나 제주도민의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에 협력하기로 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만 특혜를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선 접종을 통해 제주부터 5인 제한을 해제한다면 국민이 원하는 관광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의원은 “도민의 70%인 40만 명에게 백신을 선제적으로 접종하는 내용의 친서를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신중한 의견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에 우선 접종하는 것은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수, 병상 규모 등을 고려해 방역당국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 상황에 따라 우선 접종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다양한 계층서 “백신 먼저 맞아야”
미국 정부가 한국군에 제공한 얀센 백신 100만 명 분이 5일 새벽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국방일보 제공
미국 정부가 한국군에 제공한 얀센 백신 100만 명 분이 5일 새벽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국방일보 제공
지역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우선접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일 질병관리청에 백신 우선접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장애인과 고령층 등을 주로 만나는 1000명의 백신 접종을 해 달라는 내용이다. 학원들도 9월 개학 전 강사들의 백신 접종을 정부에 요청했다. 학원강사 35만 명이 접종에 나서야 전면 등교가 문제없이 이뤄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학원 선생님들이 매일 접촉하는 학생이 학교 선생님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6일 기존 접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필수근로자의 백신 우선접종을 질병관리청에 요청했다. 택배기사 5만4000명, 환경미화원 3만7000명 등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측은 “배송 과정에서 대면 접촉이 많아 백신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암, 희소병 환자들에게 우선접종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등 6개 단체는 최근 주치의 소견에 따라 우선 접종이 필요한 환자만이라도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 정부 “하반기 접종은 연령별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배지 소개하는 김부겸 총리. 뉴시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배지 소개하는 김부겸 총리. 뉴시스
정부는 3분기(7~9월) 이후 우선 접종을 특정한 대상보다 연령대 중심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접종 대상 직군을 세세하게 나누는 것보다 7월 50대부터 순차적으로 연령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3분기 접종계획은 6월 3째주에 발표된다.

7일부터는 60~64세 접종이 시작된다. 약 311만 명이다. 미리 예약하지 못한 경우 잔여 백신을 이용해 접종이 가능하다. 또 이달 말부터 65세 이상 접종 완료자에게는 스티커가 발급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전자접종증명서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를 위해서다. 접종 증명 스티커는 각 지역 주민센터에서 받은 뒤 신분증에 부착하면 된다. 정부는 ‘접종 배지’도 배포할 계획이다. 다만, 접종 배지는 스티커와 달리 접종 증명용이 아닌 상징물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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