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부동산 실패, ‘사람 본능’과 싸워서…尹, 공부 많이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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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3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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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동아일보DB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동아일보DB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3일 당정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혁신하기 위해 LH의 조직을 축소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올바른 방향성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인원만 감축하는 게 아니고 하는 일의 업태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가 LH 혁신안 논의를 위한 당정 협의에서 LH의 사업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9000여 명에 달하는 LH 임직원 규모를 최대 30%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에 대해 “문제의 핵심 중 하나가 LH가 너무 비대해졌다는 것”이라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분들이 뭘 할지를 만들어 놓고서 감축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제가 기대하는 것은 LH가 좀 더 혁신을 거듭하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나오셔서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LH가 원래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저는 LH가 애플과 같은 회사였다고 생각한다”면서 “구불구불한 농경지를 경운기를 쓸 수 있는 땅으로 만들었다든지, 시골에 사시는 분이 도시로 왔을 때 아파트를 지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든지, 60~70년대를 거치면서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LH”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애플이 똑같은 아이폰만 만들지 않느냐. 그러니까 사실 80~90년대를 거치면서 LH는 스티브 잡스가 떠난 존재인 것 같다”며 “자기 혁신을 하지 않고, 자기 껍질을 깨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LH가 스스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들이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찾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예를 들어 지방의 도시들이 소멸돼 가는 것들이 중요한 이슈인데, 어떻게 하면 사라지는 마을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릴지 이런 것들도 생각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제일 바라는 바는 새로운 인프라 구조를 도시에 만드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며 “자율주행로봇이 다니는 지하 물류터널 같은 것을 뚫는다든지, 그런 새로운 방법들을 구상해서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제공해줘야 된다”고 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인스타그램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인스타그램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사람의 본능과 싸웠기 때문”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실패한 것에 대해선 “제가 볼 때는 시장과 싸워서 그런 것 같다”며 “그러니까 사람의 본능과 싸웠기 때문에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조합원이 이익을 추구하니까, 정부가 ‘야, 너희들은 그렇게 이기적인 동물이라서 안 되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 게’(라고 한 것)”이라며 “공급을 정부 주도로 하려고 했던 것도 약간 패착 수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엔) 서울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거의 다 스톱을 시켰기 때문에 인구론이 많이 부각됐다. ‘집을 더 이상 지을 필요가 없다’, ‘집값은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계속 안 샀다. 그 수요가 억제되어 있다가 나중에 폭발을 한 것”이라며 “10년 동안 공급은 거의 없었고 수요는 밀렸던 것이 급증하니까, 4배의 집값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조금 더 지혜롭게 생각을 하면, 그런 인간의 이기심과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시장끼리, 기업끼리 싸우게 해야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과 싸우려고 하니까 힘든 거다.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가 없다. 그냥 조합원들끼리 싸우게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에 대해선 “그동안 밀린 숙제가 좀 있기 때문에 공급은 확대를 해야 될 것 같다”면서도 “조심하셔야 되는 게 지나치게 공급을 확대하면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건축자재 값, 인건비가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대규모로 했다가는 한꺼번에 갑자기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사이즈를 줄이고 다양하게 만들어야 될 것 같다. 3000세대 단지 재건축도 하고, 1000세대도 하고, 500세대도 하고, 30세대도 하고 그런 식으로 규모를 다양하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동아일보DB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동아일보DB
“정치하면 길어야 10년…오래 살고 싶다”
정치권의 러브콜과 관련해선 “저는 여야를 떠나서 저한테 조언을 구하면 다 만난다”며 “대신 겉으로 드러나게 하지는 않는다. 제 신조 중 하나가 정치와 거리두기”라고 말했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선 “평소 저의 유튜브도 많이 보셨고, 건축과 도시와 부동산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으신 것 같다”며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되게 공감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권력의 한쪽이 집중이 되면 부패하기 마련이다’라는 얘기에는 제가 공감을 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도시를 업그레이드 해야 된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많이 공부하고 오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본인도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하지 말라는 게 가훈”이라며 “정치하면 길어야 10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를 했다가는 이용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정치하면 엄청나게 각광을 받다가도 짧으면 5년, 길면 10년인 것 같다. 저는 오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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