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연루 여중생, 교장 상대로 승소 “문자로 징계 통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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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12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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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학교폭력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여자 중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양지정 부장판사)는 중학생 A 양이 인천 모 중학교 교장 B 씨를 상대로 낸 서면사과 처분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A 양은 2019년 인천 한 중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반 친구 6명과 함께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고 이듬해 1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당시 학생부장은 B 씨가 의결한 이 처분 결과를 A양 등 학생 7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이 문자메시지에는 ‘이번 학교 폭력과 관련된 학생 7명의 조치는 모두 동일하게 1호 서면사과로 나왔음을 알려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A 양은 같은 해 6월 학내 임원선거 후보로 나서려고 했지만 학칙 상 징계를 받은 경우 출마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 양은 변호인을 통해 “서면사과 처분이 적법하게 고지되지 않았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문서로 통보한 게 아니어서 명백하게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B 씨는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처분을 문자로 빠르게 받길 원하고 당시 사건도 모든 과정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진행했다. 묵시적으로 사전에 동의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학교 측이 서면사과 처분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문서가 아닌 휴대전화를 이용한 것은 행정절차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난해 A 양에게 내린 서면사과 처분은 무효라며 소송비용을 모두 B 씨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문서로 통보를 해야 하며 전자문서로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처분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통보할 수 있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묵시적인 관행만으로는 전자문서(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처분하는 것을 원고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 통상 서면으로 통보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3일에 불과하고 원고가 서명 통보를 거절할 사정도 없었다. 처분을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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