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선별진료소가 차려졌지만 보건소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고 걱정된 마음에 이른 아침부터 부근을 서성이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TCS국제학교에서는 광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이후 109명이라는 최다 확진자가 발생했다. 광주에서 한 집단에서 가장 많은 수가 발생한 것은 지난 3일 효정요양병원에서 발생한 74명이었다.
TCS국제학교 앞에 경찰과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자 이를 본 주민들은 “또 난리가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제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작년에도 인근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이번에는 또 어린애들이 단체로 걸렸다고 하니 어젯밤부터 관련 뉴스만 계속 찾아봤다”며 “불안해 죽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근방에 편의점이 저기 하나밖에 없는데 애들이 오며가며 확진자와 접촉했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TCS국제학교와 주차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인근 상가 직원들은 확진자 소식을 의식한 듯 주차 후 마스크를 고쳐쓰고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인근 병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애들이 그렇게 몰려다니더니 언젠가는 터질줄 알았다. 벌써부터 환자들 퇴원문의가 빗발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직원은 “벌써부터 오늘 수술을 예약한 지인이 수술을 미루겠다고 연락이 왔다. 내부 환자들도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가 계속오니 조금씩 동요하는 것 같다. 아마 오늘부터 퇴원이나 전원 문의가 늘어날 것 같다”며 씁쓸한 듯 말했다.
그는 “어린애들이 항상 우르르 몰려다녔다. 편의점 갈 때도 꼭 삼삼오오 모여서 갔고 아침이면 애들이 교회 안팎으로 바글바글해서 뭐 하는 곳인가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애들한테 ‘너네 도대체 저기서 뭐하니?’라고 물으니 학교도 안 다니고 영어공부를 한다더라. 병원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때부터 항상 저 학교는 있었다. 그런데도 애들이 저 안에서 몇 백명이 숙식을 하는 것도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고 반문했다.
TCS국제학교는 비인가 교육시설로 방역당국의 관리 영역을 벗어난 사실상의 ‘무법지대’와 같았다.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이후의 대처도 허술했다.
한 확진자가 건물 밖으로 나와 활보했지만 이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확진자를 본 한 기자가 “확진자인데 건물 밖으로 나오면 어떡하시냐”고 말하자 “차를 빼러 나왔다”고 말했다. 재차 “확진자 맞지 않으시냐”고 묻자 당황한 듯 황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 건물 밖에는 텅 빈 선별진료소만 차려져있을 뿐 이를 제지하거나 관리하는 인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소동 후 출동한 경찰은 “경찰은 질서유지를 도우러 온 것이지 방역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1시간 후 구호물품을 싣고 나타난 구청 관계자는 “위반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한 주민은 “작년 인근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나 지금이나 방역당국의 엉성한 초기 대응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