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수면실 없앤다…성비위 사건 발생시 여가부에 통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0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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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개 분야 11개 과제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 수립
피해자 중심 사건처리…서울시장 사건 발생시 별도조사도
제도·조직문화·예방교육 등 3개 부문…과제별로 실행 계획

서울시가 조직 내 성차별·성희롱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피해자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를 일원화 해 신고부터 징계까지 일관되게 이뤄지도록 절차를 재구성한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이를 통지하면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등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하는 것을 제도화한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김은실 공동위원장(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은 10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특별대책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후속 조치이다. 지난 8월7일 구성된 특별대책위원회는 지난 4개월간 총 18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서울시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점검했다. 대책위 위원장은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동으로 맡았고, 여성가족정책실장·행정국장 등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특별대책에는 지난 7월 여성가족부 현장점검 개선 요청사항과 5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 제안도 반영됐다.

김은실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열린 온라인 브리핑에서 “특별위원회는 서울시의 관련 제도와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고 운영됐다”며 “서울시는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이나 가해자 조치에 그치지 않고 기존 제도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구조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대책은 ▲제도 ▲조직문화 ▲예방교육 3개 분야로 구성됐다.

피해자 중심 사건처리·단체장 사건 발생 시 외부절차 통해 조사

제도 분야에서는 피해자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절차가 재구성된다.

그동안 서울시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는 각 단계별로 기능이 분절돼 사건처리에 장시간이 소요됐다.

피해자는 사건처리 각 단계마다 매번 다른 기구를 마주했고, 상담부터 신고·조사, 징계에 이르는 과정까지 지속적으로 피해자와 함께 하는 조력자는 부재했다.

이에 특별대책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했다. 신고부터 징계까지 신속히 처리하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도록 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한다. 이를 토대로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 여부를 결정하면 감사위원회는 재조사 없이 징계를 요구해야 한다. 인사위원회는 타 안건보다 우선 처리해 최종 징계결정까지 3~4개월 이내 신속하게 처리한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 되도록 제도화된다.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선다.

지난 8월 서울시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을 신고하지 않는 이유로 ‘동료 관계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 48%,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31.9%, ‘인사고과 불이익 우려’ 30.6%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로 제도화된 구제절차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특별대책위원회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여성폭력방지법에 기초해 2차 피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한다. ‘공무원 징계규칙’ 등에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도 명확히 한다. 2차 피해 처리절차를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와 동일하게 운영한다. 사건 발생시 익명게시판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2차 피해를 정확히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교육도 강화한다.

신분노출을 우려해 내부 상담을 꺼리는 피해자를 위해 민간 성폭력 상담소 등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해 피해자가 선택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피해자가 외부 수사기관에 신고한 경우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원할 경우 수사와 병행해 내부에서도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특별위원회는 공정한 사건처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사례와 징계 등 최종 처리결과를 반기별로 공개하도록 했다. 이 경우 사건 조사 시 피해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도록 가공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 ―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 운영…비서실 구조 개선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직문화가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은 78.8%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1년 간 성희롱 피해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9%으로 조사됐다. 피해 유형으로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응답이 50.5%로 가장 높아 조직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도 나왔다.

세대별·성별 인식 격차 해소를 위해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가 상설 운영된다. 혁신위원회가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면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반영해 구성원들의 신뢰를 구축하도록 운영한다.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도 개선한다.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한다.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장을 실시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업무의 공적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분야 업무지침’을 마련한다.

성차별·성희롱 인식 실태조사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조직문화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진단 및 컨설팅을 통해 위계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했다.


시장단·3급 이상 고위관리자 맞춤형 특별교육 실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성인지 교육을 강화한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세대별·직급별 인식의 차이가 크고 더 이상 참지 않는 젊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관리자들의 인식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는 맞춤형 특별교육을 진행한다. 사건 발생 시 관리자의 역할과 더불어 위력에 대한 인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소통역량을 향상시킨다. 성인지·성폭력교육 이수현황을 시민들에게 공개하여 책임성을 높이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미흡했던 별정직 및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수 현황을 별도 관리한다. 특히 시장단 비서실 직원에 대해서는 성인지·성폭력 예방교육 100% 이수 의무제를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번 특별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대책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내에 이행사항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 결과 권고사항도 추가적으로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다.

김 공동위원장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개인 간의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라 조직 내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며 “가해자 조치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대책으로 모든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며 “이를 계기로 서울시가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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