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새 거리두기 4차례 강화…이동량 줄었는데 확진자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6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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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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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로 상향(11월 19일)→2단계 시행(11월 24일)→2단계+α 적용(12월 1일)→2.5단계로 격상(12월 8일).

정부가 20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4차례나 강화했다. 기대했던 거리 두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6일 0시 기준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70명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방역당국이 아직 1단계 수준인 호남, 경북, 강원, 제주권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 대한 거리 두기를 2단계로 높인 것도 수도권 확산세를 고려한 조치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인 점을 감안할 때 수도권 확산세가 언제든지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걸 우려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3주간 비상한 각오로 거리 두기를 실천해 수도권의 일일 환자 수를 150~200명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에 대한 2.5단계 조치를 3주간 적용하기로 하면서도 “3주 이내라도 3단계로의 격상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만큼 수도권 상황이 나쁘다는 것이다.

● 이동량 줄었는데 확진자 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6일 “수도권 거리 두기 1.5단계 상향 이후 국민들의 주말 이동량이 20% 넘게 감소했는데 확진자 감소 추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동통신 가입자 정보 분석을 통해 나타난 지난달 21, 22일 수도권 이동량은 3213만5000건으로 직전 주말인 14, 15일에 비해 10.5%가 감소했다. 28, 29일 이동량은 2767만 건으로 22.9%가 줄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도 이동량이 각각 11.6%, 2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동량 감소에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건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실내 활동이 증가한데다 이동량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가족, 지인 간 감염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실내 밀집도가 올라갔고 감염이 아주 일상적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확진자 감소로 이어지려면 이동량아 40~50% 이상 줄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양성률 등 방역지표 빨간불
전체 검사자 수 대비 확진 비율을 의미하는 양성률과 감염경로 미확인 환자 비율, 감염재생산지수 등 코로나19 관련 각종 방역지표엔 잇따라 빨간불이 켜졌다. 6일 신규 확진자는 631명으로 전체 검사자 수(1만4371명) 대비 양성률은 4.4%를 기록했다. 전날엔 2.5%였다. 직전일의 2.53%(2만3086명 중 583명)보다 1.8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달 24일 양성률은 1.4%였다. 최근 1주일간(11월 30일~12월 6일) 하루 평균 양성률은 2.7%를 기록했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환자 수도 한 달 사이 7배 이상 많아졌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늘어나면 이들의 접촉자를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만큼 추가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감염경로 미확인 환자 수 증가는 대표적인 방역 장애물로 꼽힌다. 1명의 확진자가 몇 명을 감염시켰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도 지난달 초에 비해 상승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1월 22~28일 일주일간 감염재생산지수는 1.43이다. 11월 1~7일엔 1.05, 8~14일 1.12, 15~21일엔 1.52였다. 방역당국이 6일 브리핑을 통해 “자칫하면 지난 휴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훨씬 큰 규모의 확산이 초래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같은 지표를 염두에 둔 것이다.

● 전문가들 “거리 두기 상향 이미 늦어”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의 적기를 이미 놓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거리 두기를 찔끔찔끔 격상하다 보니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라며 “두 마리 토기는커녕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았다”고 지적했다. 8, 9월 2차 대유행 때와는 환경이 완점히 달라졌는데도 방역당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적합한 춥고 건조한 날씨에다 젊은층 무증상 환자가 많아져 앞선 2차 대유행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는 건 많이 늦었다”며 “차라리 1~2주 정도 셧다운(완전 봉쇄)을 한 뒤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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