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재차 요구하지만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보겠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12일간 누적 3000명을 상회하는 확진자가 나오는 위기 상황이지만 2단계 거리두기 효과가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주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작되면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퍼지자 지난 16일 서울, 경기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단계로 높였다. 이후 지난 19일에는 2단계를 인천까지, 지난 23일에는 전국으로 확대 적용했다. 불과 일주일 새 2단계 조치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제 정부가 다음으로 꺼낼 수 있는 유력한 카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다.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수도권은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이번 주에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를 기다렸다가 3단계를 결정하면 늦을 수 있다”며 “서울, 경기 지역이 미칠 수 있는 충격과 파급효과를 고려했을 때 선제적으로 3단계를 실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3단계로 격상하지 않으면 카페나 음식점, 대중교통 등을 통해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며 “확실히 전보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세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조치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려면 원칙적으로는 Δ2주간 평균 100명 이상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Δ1주에 2번 이상 확진자가 2배로 늘어나야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두 번째 조건은 충족하지 못하지만 일평균 확진자가 101.9명으로 치솟은 지난 19일부터 첫 번째 조건은 충족된 상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한 가지 요건만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3단계를 결정할 수 있다.
정부가 주저하는 이유는 3단계 버튼을 누르면 사실상 경제와 일상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3단계로 격상되면 1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되고, 고위험 시설뿐만 아니라 목욕탕·영화관 등 중위험 시설까지 운영이 중단된다. 학교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한다. 전국적인 셧다운(shutdown·임시휴업) 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를 봉쇄에 준하는 조치로 표현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24일) 브리핑에서 “당장 3단계 격상은 (아니지만) 현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3단계 때는 10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고 사회 및 경제활동을 제외한 모든 일상 활동의 정지를 의미하며 고통스러운 결과를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도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Δ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Δ콜라텍 Δ단란주점 Δ감성주점 Δ헌팅포차 Δ노래연습장 Δ실내 스탠딩 공연장 Δ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Δ뷔페 ΔPC방 Δ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 Δ대형학원(300인 이상) 등 12종 고위험시설의 영업이 중단돼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강력한 봉쇄조치가 실시될 경우 취업자 3명 가운데 1명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진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80명이 발생했으며 최근 발생 추이를 고려했을 때 다행히 코로나19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계속 확산세가 사그라든다면 정부가 2단계 조치만 유지했는데도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면서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천 교수는 “이번 주에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을 수 있다”며 “정부도 3단계 여부를 이번 주에는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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