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도 2차 가해?…박원순 성추행 의혹 놓고 ‘2차 가해’ 정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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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 News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 News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한 쪽은 ‘고소인은 결정적인 증거를 보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2차 가해를 멈추라’고 말하며 연일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2차 가해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차 가해란 보통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말한다.

2차 가해가 ‘부정적인 반응’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쓰여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포털에서는 “증거를 달라는 게 왜 2차 가해냐”, “피해자의 말을 무조건 믿는 게 답인 거냐”고 성토하는 댓글이 관련 기사에 도배됐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6일 “2차 피해는 가해 발언을 하는 특정인들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침묵하는지도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2차 가해를 보다 폭넓게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여성학자는 ‘2차 가해’라는 용어가 성폭력 문제 해결과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향도 있다며 용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2차 가해라는 용어의 정의가 보다 명확하게 정립되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2차 가해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력 정치인과 언론, 시민들 사이에서 2차 가해라는 용어가 수도 없이 나오고 있지만 용어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자체나 정치인들이 논의에 앞장서고 시민들의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하지만 오히려 논란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A씨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면서 고소인 측 발언의 진위를 의심하는 듯한 표현을 써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틀 뒤인 17일 민주당은 고소인을 피해자로 표현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꾸며 2차 가해의 개념을 모른다고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꼴이 됐다.

서울시 또한 A씨가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밝힌 바가 없다며 A씨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지만 지난 17일 A씨를 ‘피해자’로 부르겠다고 했다.

윤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캠페인을 통해 2차 가해에 대한 인식을 알려야 하는 주체지만 현재 인식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2차 가해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인식하고 직장, 교육, 학교 등에서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해야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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