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급식관리 ‘구멍’…제2·3 ‘유치원 햄버거병’ 안심 못해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29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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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 99명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2020.6.25/뉴스1 © News1
경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 99명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2020.6.25/뉴스1 © News1
경기 안산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의 원인이 오리무중이다. 영유아 급식 안전이 사각지대에 놓인 가운데 유치원3법 시행 전까지 집단감염 우려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산상록경찰서는 29일 오전 상록구 A유치원의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에 나서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유치원 학부모 6명이 전날 식품위생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자 경찰은 곧바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지만 원인 파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보건당국은 신고를 접한 지난 16일 이후 조리기구, 문고리, 식재료 납품업체 등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했지만 대장균을 발견하지 못했다.

보건당국의 대장균 검체조사 난항은 익히 예견됐다. A유치원은 144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보관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일부 식재료를 폐기했기 때문이다. 식중독 원인 규명의 핵심인 식재료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찰이 뚜렷한 집단 발병원인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이번 집단 식중독 사건은 학교급식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채 수 십년간 방치된 유치원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학교급식법의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은 유치원급식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아왔다.

현행법상 유치원은 집단급식소로 분류된다. 유치원을 학교급식 관리대상으로 적시한 유치원 3법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되는 것은 내년 1월30일부터다. 여름철을 맞아 대규모 식중독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적지 않다.

5살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서울 은평구 직장인 B씨(38)는 “당연히 학교급식과 마찬가지로 교육청이나 보건당국에서 관리하는 줄 알았다”며 “학부모라면 누구든 햄버거병 사건에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문제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관리해줬으면 한다”며 “적발된 곳은 다시는 유치원을 하지 못하게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A유치원에서는 지난 12일 첫 식중독균 증상 원아가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전수검사 대상 295명(원생·가족·교직원) 중 114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유증상자 가운데 장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모두 58명이다. 입원환자는 21명이다. 용혈성요독증후군(HUS·햄버거병) 환자는 주말 사이 1명 늘어 16명이 됐다. 추가된 환자는 한 원생의 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은 보존식 6종을 보관하지 않은 A유치원에 대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A유치원 원장은 보존식 폐기에 대해 “잘 몰라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학부모들은 고소장에서 증거인멸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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