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폭력상담소 “오거돈 불필요한 접촉, 어느 정도 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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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23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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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돼, 성평등한 부산으로 거듭나야”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강제 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접촉을 했다고 고백한 것과 관련해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부산시 전체가 ‘성평등한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 전 시장이 당선 이후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지난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담소는 “지난 2018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부산에서는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됐다. 부산의 여성계를 비롯한 진보 시민사회는 부산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당선 이후 오거돈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말하기에 무색할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에 대해서, 당선 이후에는 입장을 바꾸어 아직까지 구성되지도 못했다”며 “이번 사퇴가 있기 전까지 2년 동안 오 전 시장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부산시정 전반에 걸쳐 성인지 감수성이 녹아들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상담소는 “오 전 시장과 보좌진들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성폭력 사건 이후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퇴 이후의 부산시는 철저하게 달라야 한다. 부산시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2차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서둘러 부산시에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성평등 교육을 통한 조직문화와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성폭력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며 성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를 방치해 온 것에 대하여 부산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용기를 내어 성폭력 사실을 증언한 피해자와 함께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성평등은 더 이상 미뤄도 되는 ‘사소한 것’이 아니며,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라며 “성평등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부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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