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의 격전지였던 키리바시공화국 타라와에 강제로 끌려가 숨진 한국인 유해 중 1구를 봉환할 길이 열렸다.
2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가 타라와전투 희생자 A씨와 친자관계로 추정되는 유가족 B씨의 DNA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 사람의 친자관계가 확립될 확률이 99.9996%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평양전쟁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타라와전투는 1943년 11월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던 타라와섬에 미군이 상륙작전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당시 나흘간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5000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이었다. 요새와 진지구축에 동원됐던 1100여 명 중 대부분은 일본군의 총알받이로 내몰렸고 128명은 포로로 잡혔다.
행안부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을 통해 타라와에서 발굴한 유해 중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유해를 확인했고, 미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 최초로 유해시료를 건네받았다. 이후 약 6개월에 걸친 DNA 검사 끝에 유족 DNA와 친자관계가 일치하는 사례를 찾았다. 피해자가 이역만리에서 희생된지 76년만에 비로소 유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길이 열린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해봉환을 했던 지역은 일본과 사할린뿐이었고 그 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사료와 예산의 부족으로 봉환 사례가 전무했다. 그러나 이번 유해 확인과 함께 추가 7구의 샘플도 한인으로 밝혀진다면 태평양지역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해봉환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전망이다.
권미혁 의원은 “강제동원 희생자는 21만명이 넘는데 우리의 유해봉환 실적과 계획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봉환 대상을 사할린, 일본지역에서 타라와 등 태평양전쟁 격전지까지 확대해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전자 일치가 확인된 유해의 경우 타라와 전투일인 11월20일을 기해 봉환될 수 있도록 정부가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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