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기자 ‘성추행’ 공방 …“팩트체크 부족” vs “피해자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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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7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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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 담보 안돼”…“피해자 목소리 충실히 전달해야”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추행 보도 반박 명예훼손’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5.27/뉴스1 © News1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추행 보도 반박 명예훼손’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5.27/뉴스1 © News1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매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59)의 재판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프레시안 서모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정 전 의원 측과 보도 과정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27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정 전 의원 측은 서 기자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의혹과 관련한 사실 확인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 기자가 피해자 한 사람의 진술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고, 첫 보도 전에 추가적인 사실 확인 노력이 없었으며 피해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어 객관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 전 의원 측의 설명이다.

서 기자는 이같은 취지의 정 전 의원 측의 주장에 “미투 보도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 첫 보도로서 의미가 있다”며 “피해자 진술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은 추후 기사를 통해 보강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또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사건 경위를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기자는 피해자로부터 2012년 초에 들었던 사실과 2018년 초 들었던 사실이 충분히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도 말했다.

정 전 의원 측은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도 첫 보도에서는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표현이 이후 ‘입맞춤’과 ‘입술이 스쳤다’로 바뀌었다며 이러한 표현을 피해자에게 직접 들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정 전의원 측 변호인은 “솔직히 입술이 스쳤다는 그림이 안그려진다”며 서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상상해서 다시 피해자에게 물어봤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서 기자 측은 이와 관련해 “스쳤다는 행위 자체는 서로 납득이 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재연하면서까지 피해자에게 확인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나 저나 행위의 시도에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인 상황보다 시도 자체가 중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의사에 반하는 키스 시도는 넓은 의미의 성폭행으로 볼 수 있다”며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은 피해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정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성추행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시도보다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데 왜 자꾸 의미를 축소하냐”고 재반박했다.

정 전 의원 측은 또 프레시안 보도 중 피해자가 사건 당시 전 남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용한 보도와 관련해서도 악의적인 편집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메일 서두에 나온 문단이 정 전 의원이 아닌 전 남자친구를 지칭하는 문장임에도 바로 뒤에 정 전 의원을 언급한 문장을 배치해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3월9일자 프레시안 기사에는 피해자가 당시 남자친구에게 보낸 메일 중 서두의 한 문단과 뒷부분 내용만 편집되어 인용된 바 있다.

서 기자는 당시 인용된 메일과 관련해 전체 메일이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표현인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완벽히 정 전 의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정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남자친구에게 받은 상처가 중첩되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도적인 악마의 편집이라는 정 전 의원 측에 주장에 대해서는 “만약 그랬다면 기사를 다 쓰고 피해자에게 보여줬을 때 문제를 지적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피해자에게 기사를 보여줬을 때 지적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도 재판을 방청했다. 약 3시간 반 동안 이어진 서 기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들은 한숨을 쉬거나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서 기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오후부터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프레시안은 지난해 3월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78)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기 직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기자지망생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최초 보도했다.

정 전 의원 측은 당시 시간대와 동선을 근거로 반박하면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 ‘새빨간 거짓말’ ‘국민과 언론을 속게 한 기획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 등 기자 6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프레시안 측은 정 전 의원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 측은 호텔에서 사용한 카드내역이 확인되자 고소를 취하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검찰 출석 당시 “쟁점 부분에 대한 사실이 밝혀져 취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보도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처럼 발언해 기자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불구속기소 했다. 프레시안 등을 고소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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