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과 다른 한복 입으면 고궁 무료관람 제외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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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9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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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문화재청장에 재발방지대책 마련 권고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2.6/뉴스1 © News1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2.6/뉴스1 © News1
고궁 입장 때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한복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입장료를 면제받지 못하는 것은 성별표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문화재청장에게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복장을 한 사람이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궁·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개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한복 세계화를 위해 한복을 입으면 고궁을 무료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궁·능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남성은 남성한복, 여성은 여성한복을 입은 경우에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변호사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성별에 맞지 않은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는 것은 성별표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성별표현은 복장, 머리스타일, 목소리, 말투 등 특정문화 속에서 남성스럽거나 여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외형적인 모습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인권위는 성별표현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역할이나 개인의 성별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그치지 않고, 차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문화재청은 ‘궁·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정한 목적이 왜곡된 한복착용을 막아 전통에 부합하는 올바른 한복 착용방식을 알리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궁에 방문하는 자가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을 착용할 경우 외국인 등 한복의 착용방식을 모르는 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고, 올바른 한복의 형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Δ대중의 합리적인 판단능력 결여를 전제로 한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하고 Δ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착용 사례로 인한 한복 형태의 훼손 피해가 당연히 예견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Δ한복착용 방식에 대한 오인은 교육이나 설명을 통해 감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청의 주장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국가기관의 정책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전통은 그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며 “생물학적 성별에 맞는 복장 착용이 오늘날 더 이상 일반규범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전통으로서의 가치가 피해자의 평등권을 제한해야 할 만큼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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