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빌어먹을 검사들 처먹일 돈 5000”… 검·경에 금품 로비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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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1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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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여, 음란물 유통 방조, 폭행, 욕설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전 회장이 11월 16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뉴시스
마약 투여, 음란물 유통 방조, 폭행, 욕설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전 회장이 11월 16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뉴시스
‘지금 임 사장하고 따로 얘기했는데 성남지검의 빌어먹을 검사들 처먹일 돈 5000(만 원)이 다음 주에 임 사장을 통해서 나간다. 아, 아까운 피 같은 돈이 그 XX들 주둥이로 들어가다니’

‘아무튼 송사리 건으로 악순환을 탈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사전에 막기 위해 중앙지검 2000(만 원) 이미 나가서 성남으로 돌린 거고 성남에서 나를 시비 거는 걸 빼는 건데....’

불법 음란물 유통, 폭행,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수감중)이 검찰에 수천만 원대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탐사 보도한 뉴스타파 한상진 탐사 1팀장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양진호 회장이 부하 직원과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토대로 검경 로비 정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한 팀장은 “양 회장이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던 검찰에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15년 2월 7일 양 회장이 부하 직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송사리 건으로 악순환을 탈 수 있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중앙지검에 이미 2000만 원이 빠져나가서 성남지검으로 돌린 것’ ‘다음주 성남지검 검사들 먹일 돈 5000만 원이 임 사장을 통해 나갈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해당 메시지는 뉴스타파 등 공동 취재팀이 후속 추가 취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입수하게 됐다고 한다.

‘송사리 건’은 2014년 양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웹 하드 업체가 대형 미디어콘텐츠 회사인 A 사로부터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사건을 말한다. 앞서 양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어느 곳에도 경영진 혹은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A 사는 양 회장이 해당 회사에 실소유주라는 것을 알고 피고소인에 양진호 회장의 이름을 넣어 고소했다.

그는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임 사장’에 대해 “양 회장의 웹 하드 업체 대표이사로 사내에서 대외 업무, 즉 대관 업무를 주로 맡았다”면서 “양 회장과 관련된 수사 기관에 대한 로비 문제라든가 법조계와 관계된 의혹의 핵심인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송사리 건)을 처음 수사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으나, 양 회장이 부하 직원과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기 일주일 전인 2015년 1월 30일 해당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이관됐다”고 지적하며 양 회장이 문자에서 ‘이미 중앙지검에 2000만 원이 빠져 나가서 성남으로 돌린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과 사건이 이관된 시기가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의 진행 경과를 따져봤을 때 ‘다음주 성남지검 검사들 먹일 5000만 원이 임 사장을 통해 나간다’는 내용 역시 그대로 행해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된 객관적인 증거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 한 팀장은 “수사 기관이 계좌 추적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해당 건은 임 사장과 법인만 기소돼 각각 700만 원과 10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채 사건이 마무리 됐다.

그는 양 회장이 검경을 대상으로 기프트 카드나 웹 하드 포인트를 제공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팀장에 따르면 양 회장의 부하직원이 2015년 9월 그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에는 ‘임 사장이 외부 담당자 명절용으로 기프트 카트를 요청했다. 올해 추석 기프트 카드 400만 원 요청’ ‘2013년 설날에 300만 원, 2014년 추석에 300만 원, 2015년 설날 200만 원 등을 학교 담당자, 경찰, 검찰에 줬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명절 때 기프트 카드를 사서 수사 기관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나눠줬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며 “해당 메시지를 보낸 직원 역시 그렇게 지시받았고, 지시받은 대로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 회장 사건과 관련해 주요 핵심 임직원들이 검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밝힌 그는 “수사 중에 자신도 몰랐던 양 회장의 비위를 새롭게 알게 된 분들이 많다. 또한 양 회장이 본인 잘못을 임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안 후 분노를 금치 못했다”면서 “가만히 있다가는 본인이 양 회장의 비위를 뒤집어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진실이 왜곡돼 양진호 회장이 또다시 법망을 빠져나갈 것이 걱정됐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서 수사와 취재에 협조하기 시작하셨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양 회장이 계속 법망을 빠져나온 걸로 봐선 그의 뒤에 만만치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수사가 잘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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