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건강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 누가 가장 큰 피해 입게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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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과 ‘환경정의’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천일염에서 발견됐다는 뉴스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켜 바다 생물들의 몸에서 발견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금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죠.

해양수산부가 의뢰해 목포대 연구진이 실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3월부터 2018년 초까지 10개월 동안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류를 분석한 결과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100g당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개수를 조사해 봤더니 프랑스산이 242개, 국내산은 28개, 중국산은 17개가 나왔습니다. 만약 천일염만 먹는다면 한 명이 1년 동안 500∼8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셈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미세플라스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입니다. 이제 무엇을 먹고 살아야만 할까요.

○ 미세플라스틱 노출, 소득 차로 결정

이 조사에서 뉴질랜드산 천일염은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적게 나왔다고 해요. 이제 우리의 소금 구매 소비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해 봅시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선 천일염에서 어떻게 미세플라스틱을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겠죠. 하지만 연구 성과가 이른 시일 안에 나오긴 어렵습니다. 소비자들은 천일염은 사지 않고 천일염을 다시 가공한 재제염이나 바닷물을 끓여 불순물을 제거해 만든 정제염을 살 것 같아요.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정된 외국 소금 구매도 한 방법이죠. 일부 고급 천일염과 고급 식당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소금을 사용했다고 알릴 것 같아요.

이러한 소비 패턴은 미세플라스틱에 많이 노출되는 계층과 비교적 적게 노출되는 집단으로 서서히 나뉠 수 있어요. 그 기준은 구매력, 즉 소득의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죠. 소득이 환경오염의 피해 정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것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봅시다. 중국 천일염이 프랑스 천일염보다 미세플라스틱이 적었어요. 그렇다고 프랑스의 갯벌이 더 오염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은 화장품 같은 기호품에 많이 사용되므로 개발도상국의 갯벌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비교적 적을 수 있어요. 그곳에서 생산된 소금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속성상 전 세계 바다에서 발견될 수 있으며 오염원이 차단되지 않으면 계속 오염된 소금을 먹게 될 것 같아요. 대기오염이나 기후변화처럼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오염을 일으킨 당사자인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알려진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침투해 단백질이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아직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면 인체에 부작용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죠. 더 무서운 것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이렇게 환경오염의 유발자와 피해자가 다른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이 ‘환경정의’예요.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어떤 지역이나 집단이 사회적으로 부담스러운 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죠. 이런 경우 정의로운 절차, 즉 사회적 합의를 대신할 절차 민주주의에 의해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거예요. 이러한 절차를 거치면서 소수집단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피해에 따른 보상이나 배상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울어진 정의의 추가 어느 정도 원상회복될 수 있어요. 오염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즉 환경정의에 어긋나는 것을 ‘환경부정의’라 부릅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해요.

○ 사회적 약자가 환경문제에서도 약자

환경정의운동은 198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흑인 밀집 지역인 워런카운티에 유독성이 강한 폴리염화비페닐을 무단 불법 투기한 것을 정부가 적발하면서 생겨났어요. 이 사건은 사회적 약자가 환경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기 쉽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환경부정의 사례는 1980년대 초반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서 발생한 ‘온산병’입니다. 1974년 당시 정부는 온산공단을 세우면서 비철금속 공업기지로 지정했어요. 이후 종합계획도 없이 공업단지를 세웠어요. 주민 1만4000여 명 중 1800여 명만 이주하고 나머지 1만2000여 명은 공업단지에 남았어요. 1983년 주민 1000여 명이 허리와 팔다리가 쑤시는 등 이른바 온산병이 나타났죠. 주민들은 공해배출업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했고, 결국 승소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해 피해에 대한 인정을 받았어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서 환경부정의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은 기후변화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죠.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발생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각종 기후재난으로 사람들이 피해를 봤어요.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은 과거부터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한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사람들이에요. 선진국 사람들은 기후재난이 와도 잘 갖춰진 사회기반 시설이 있고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피해 복구가 개발도상국 사람들보다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개발도상국은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보면 치명적이죠.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이제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기후변화처럼 전 세계가 같이 해결해야 합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
#미세플라스틱#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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