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교밖 청소년에 月20만원”… 사용처도 확인않고 ‘교육수당’ 지급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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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최대 500명 시범 도입
가출-퇴학생 등 9∼18세 대상, 책값 등 명목으로 통장에 입금
교육청 “학업 끈 놓지않도록 지원”… “도덕적 해이 부추길 우려” 목소리
청소년 담당 여가부 “협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가출 청소년을 포함해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에게 1인당 월 20만 원씩 연간 24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소재를 파악하고, 이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실제 돈을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지 않기로 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교육기본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지급 대상은 9세부터 18세까지 취학 연기, 자퇴, 퇴학 등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청소년이다. 교육청 산하 학업중단학생지원센터인 ‘친구랑’에 등록한 청소년 중 심사를 거쳐 지급 대상을 정한다. 최대 지원 인원은 500명이다. 내년 시범 사업 이후에는 대상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시내 학교 밖 청소년은 1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에게 모두 수당을 지급하려면 연간 240억 원이 필요하다.

교육청은 학교와 학교 밖을 넘나들며 청소년들이 학업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일명 ‘브리지(가교) 수당’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더 나아가 수당 지급을 통해 학교를 떠나면 소재 파악조차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을 교육 당국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교육청이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소득이나 학교를 떠난 이유와 상관없이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점이다. 교칙을 어겨 제적이나 퇴학을 당한 청소년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되 실제 돈을 적절하게 썼는지 사용처는 확인하지 않기로 한 점도 논란거리다. 수당은 청소년의 통장으로 바로 입금된다.

그러면서도 교육청 관계자는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대신 청소년과 부모 교육을 철저히 하는 등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했다. 수당은 교재나 도서 구매비, 온라인 강의 수강, 교통비, 식비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수당 지급 취지와 달리 학업과 무관한 유흥 목적으로 쓰더라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런 지적에 대해 조 교육감은 “시범 사업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계속 보완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시교육청의 수당 도입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업무는 여가부 소관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사전에 우리 부와 어떤 협의나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하경 기자
#학교밖 청소년#교육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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