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석에 앉은 곰인형, 작은 아이디어가 지하철 풍경을 바꾸다

  • 동아경제
  • 입력 2018년 10월 10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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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9호선 ‘임산부석 곰인형 캠페인’
서울 지하철 9호선 ‘임산부석 곰인형 캠페인’
서울 지하철 9호선, 임산부의 날 맞아 ‘임산부석 곰인형 캠페인’ 시행 눈길

서울 지하철 9호선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탑승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곰돌이 인형이 그 주인공이다. 좌석 한쪽에 앉아 귀여운 자태를 뽐내는 이 인형에는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표지와 함께 ‘저를 안고 앉으시고 내리실 때는 제자리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곰인형은 지나치는 승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곰인형을 마치 강아지인 양 바라보는 승객들도 있었고, 젊은 친구들은 핸드폰으로 촬영 후 SNS에 업로드하기 바빴다. 아니나 다를까 SNS 상에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차지한 귀여운 곰인형 사진 제보가 잇달았다.

작은 곰인형이 선사하는 놀라운 효과, 시민 호응 좋아

그렇다면 임산부 배려석의 곰인형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이는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임산부 배려 캠페인의 일환이다. 9호선은 임산부를 배려하는 대중교통문화 확산을 위해 10월 10일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에 곰인형을 탑승, 착석시켰다. 오전 9시부터 18시 사이에 개화역부터 종합운동장역까지 운행하는 5개 일반열차 내 모든 임산부 배려석이 대상이었다.

곰인형 하나를 놓았을 뿐이지만 효과는 놀랍다. 출퇴근길 꽉 찬 지하철 칸에서도 해당 좌석은 비어있게 된다. 임산부들이 임산부석에 앉은 일반인에게 비켜달라고 말하거나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일반인들도 임산부 배려석에 곰인형을 안고 앉아 있으면 임산부라고 인식하게 돼 굳이 "임신했냐?"고 확인을 하지 않고 배려할 수 있다.

이외에도 9호선은 임산부의 날을 맞아 당산역과 고속터미널역 2개 역사에서 임산부에게 임산부 엠블럼 가방고리를 제공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물티슈 등 기념품을 제공해 임산부 배려를 독려했다. 특히, 팀장 등 간부급 직원들이 직접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지와 함께 임산부 배려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고 독려하는 고객만남의 날 행사도 병행하여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임산부 가방고리는 산모수첩과 함께 9호선 역사에 방문하면 연중 상시로 수령할 수 있다.

곰인형 캠페인, 9호선에서 2016년 첫 도입...‘넛지 효과’의 원리

곰인형 캠페인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본격적으로 전면 도입했다. 2016년 10월 7일 9호선은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에 곰인형을 비치하고 자리를 비워두는 캠페인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이후 임산부의 날은 물론 상반기에도 해당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곰인형 비치만으로도 이처럼 시민들의 배려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넛지(Nudge) 효과’에서 그 원리를 찾을 수 있다. 넛지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의미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임산부 곰인형 캠페인은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참신한 이벤트로 호평 받으며 대전 지하철, 공항철도 등 타 노선에서도 벤치마킹해 시행되고 있다.

특히 9호선 1단계 구간 운영위탁사인 서울9호선운영 ㈜는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실시한 제 4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일과 가정 양립에 기여하고 저출산 및 고령사회 극복을 위한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9호선 관계자는 “9호선은 임산부와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이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9호선이 처음으로 시작한 ‘임산부석 곰인형 캠페인’은 그 대표적인 예다. 작은 아이디어가 지하철 풍경을 바꾼 효과적인 사례다“라며 “9호선은 앞으로도 대중교통에서 임산부 배려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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