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는 로또? 외고생 5명 중 1명이 수능 제2외국어로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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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받기 쉽다는 인식 커져 비전공생 아랍어 선택 매년 증가

지난해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고 학생 5명 중 1명은 자신의 전공이나 부전공 언어가 아닌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외국어고등학교 수능 제2외국어 응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에서 아랍어를 선택한 외고생은 총 1215명이다. 현재 아랍어 전공을 운영하는 학교는 울산외고 1곳뿐이다. 울산외고의 아랍어 전공자 26명을 뺀 1189명은 3년간 공부하지 않은 아랍어를 수능에서 선택했다. 제2외국어 영역을 응시한 전체 외고생의 22.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부 외고에서는 아랍어 선택 비중이 월등하게 높았다. 지난해 경남외고는 156명 중 138명(88.46%)이, 대구외고는 146명 중 101명(69.18%)이 아랍어를 선택했다. 과천외고(49.49%)와 김포외고(45.95%)도 아랍어 선택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다. 네 학교 모두 아랍어과가 없는 학교들이다.

아랍어 선택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아랍어를 택한 비전공 외고생은 182명(3.48%)이었다. 이어 2016학년도 583명(10.96%), 2017학년도 1183명(21.56%)으로 급격히 늘었다. 아랍어는 잘하는 학생이 드문 데다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니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또 상대평가의 특성상 응시인원이 많을수록 1등급을 받기 쉽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월 초에 접수를 마감한 2019학년도 수능에서도 아랍어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제2외국어 응시생 9만2471명 중 무려 69.02%인 6만3825명이 아랍어를 택했다. 반면 제2외국어 영역에서 자신의 전공언어를 택한 외고생의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2015학년도 자신의 전공언어를 수능에서 택한 외고생은 4344명(83.0%)이었으나 2018학년도에는 3748명(70.1%)으로 감소했다.

‘아랍어=로또’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되고, 학교 현장에서 제2외국어 교육의 파행 현상이 가속화하자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제2외국어 응시생이 대폭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사회·과학탐구 과목 성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절대평가가 되면 이런 활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한표 의원은 “3년간 배운 전공어가 아닌 아랍어를 택하는 것은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의 정체성을 흔드는 문제”라며 “외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외국어고#수능 아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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