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공주택지구에 분양 마친 단독주택 단지 포함 논란

  • 동아일보

대구 수성구 이천동 타운하우스, LH 사업대상지에 포함되며 물거품
해당 건설사-분양자 피해 눈덩이… 청와대 국민청원-집회 계획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구연호공공주택지구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중단된 로제티움 2차 타운하우스 부지에 공사 자재가 쌓여 있고 철제 펜스로 가려져 있다. 군월드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구연호공공주택지구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중단된 로제티움 2차 타운하우스 부지에 공사 자재가 쌓여 있고 철제 펜스로 가려져 있다. 군월드 제공

대구 수성구에 사는 40대 워킹맘 김모 씨는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말 지역 중소 건설사가 수성구 이천동에 짓는 타운하우스 단독주택을 분양받았다. 갑갑한 아파트에서 벗어나 두 딸이 자유롭게 뛰놀며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남편과 고심 끝에 한 결정이었다.

김 씨는 올해 5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분양받은 주택 단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개발지역에 포함되면서 강제수용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김 씨는 분양대금을 내기 위해 기존 아파트의 매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김 씨는 부랴부랴 아파트 매수자와 계약을 해지했지만, 계약금 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김 씨가 물어야 하는 돈만 1억4000만 원에 달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1300만 원도 고스란히 날렸다. 김 씨는 “주택에 살고 싶은 마음에 분양받은 것뿐인데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느냐”며 원통해했다.

민간 사업자가 분양을 마치고 착공을 앞둔 단독주택 단지가 LH의 공공주택지구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중소 건설사는 부도 위기를 맞았고, 분양자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건설사와 분양자들은 청와대, 국회 앞 집회도 불사할 방침이다.

사연은 이렇다. 대구 중소 건설사 군월드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수성구 이천동 1만4100여 m² 터에 800억 원을 들여 ‘로제티움 2차’ 타운하우스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2016년 다른 건설사가 승인 받은 사업을 지난해 군월드가 인수했다. 지난해 11월 단독주택 47채 분양을 완료했고, 올해 5월 토목 굴착을 시작해 10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LH가 5월 15일 수성구 연호·이천동 일대 89만7000여 m² 터에 대구 법조타운 이전과 함께 3800여 채 규모의 공공주택을 짓는 대구연호공공주택지구 사업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군월드의 로제티움 2차 터가 LH의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것이다. LH가 주변 마을과 함께 로제티움 2차 터의 강제수용을 통보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LH는 최근 주민 공람과 의견 수렴을 마쳤고, 10월경 사업을 확정할 계획이다.

군월드는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사업 대상지에서 로제티움 2차 터를 제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군월드 관계자는 “사업이 무산되면 공사를 위해 빌린 대출금과 마케팅 비용은 물론이고, 분양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해 회사가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분양자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모 씨는 “기존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주택 분양금을 충당했다. 사업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출 이자 같은 손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LH는 관련법에 따라 토지 수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건축물이 아닌 토지만 있는 경우 사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 토지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보상하고, 사업 대상지 내 대체 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월드와 분양자들은 대체 터는 입지 여건이 다르고, 단지와 주택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군월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회사와 분양자들의 입장을 담은 서신을 보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할 계획이다. 청와대와 국회, LH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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