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불출석에 재판부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 없어, 법 위반” 질타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5월 28일 11시 27분


코멘트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다스 자금 횡령과 각종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8일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재판이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2차 공판 시작 전 “오늘 피고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5일 구치소에서 직접 불출석 사유서를 적어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는 “이 전 대통령이 증거조사 기일 중 재판부가 대통령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기일에는 안 나갔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검찰이 제출하는 증거 내용을 설명하는 조사기일엔 출석의 필요가 없는 듯하므로 건강상태를 고려해 불출석하겠다는 거다. 법원이 확인하고 싶은 게 있으니 출석 요청을 변호인을 통해 하면 그 기일엔 출석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통해 출석을 요청했고 구치소 측에 소환장도 보냈으나 이 전 대통령은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 변호사에게 “지난 주에 불출석사유서를 받고 변호인에게도 출석을 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또 구치소에 유선으로 소환장을 별도로 보내서 출석을 요구했는데 안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강 변호사는 “현재 당 혈당수치가 굉장히 안 좋기도 하고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증거조사 기일은 재판부에 검사나 변호인이 설명하는 자리인데 피고인 출석이 필요한 것인가 의문스러워 보이고 힘드시다고 하니까 ‘그럼 불출사유서를 내보시라’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그럼 변호인은 사유서를 내서 피고인이 재판부에 양해를 구하면 불출석할 수 있다고 법률적 조언을 하신 건가”라고 물으며 다소 불쾌감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휴식시간을 자주 드리고 저녁 근무시간 외에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드시다고 하면 출석 이후 퇴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 전 대통령이 이런 법률적 의무 등을 다 아시고 결정한 건지 굉장히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저희 재판부도 마찬가지이고 피고인 스스로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보인다”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모든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고 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피고인이 이런 사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도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게 “피고인이 실제 그런 생각으로 불출석하겠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뒤 “오늘은 피고인이 안 나온 만큼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10여 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