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거리방송 차명숙씨 “신군부에 고문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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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거리방송을 한 차명숙 씨(57·여)가 38년 전 신군부에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사진).

차 씨는 30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당시 광주 505보안대와 상무대,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 5월 19일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차량에 음향시설을 싣고 다니며 방송을 시작했다. 사흘 뒤 계엄군이 옛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발포를 해 사상자가 속출하자 병원에서 부상자를 돌봤다. 같은 달 23일 병원에서 부상자를 보살피던 중 계엄군(신군부) 측 사람들에게 붙잡혀 보안대에 끌려갔다고 주장했다.

차 씨는 이후 보안대와 상무대에서 물을 끼얹은 채 얻어맞는 등 각종 고문을 당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고문으로 옷이 까만 잉크색으로 변할 정도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고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광주교도소에서 1주일간 고문에 이어 가죽수갑을 양 손목에 찬 채 한 달간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사법정에서 포고령 위반죄 등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가 1981년 12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2002년 5·18유공자가 됐고 2013년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차 씨는 기자회견 내내 목소리가 떨렸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38년이 지났지만 고문의 후유증과 악몽은 여전하다”며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5·18 당시 자행된 고문 수사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5·18기념재단 등은 5월 상처를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 있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듣고 역사적 진실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민주화운동#신군부 고문#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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