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뒤의 추악한 그들, 여성 유린 죄의식조차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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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미투]한달간 성추행 불거진 22명 분석해보니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28일로 한 달을 맞았다. 그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이 지난달 29일이다. 당시만 해도 서 검사의 폭로가 ‘한국판 미투’로 이어질지 확신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미투는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 권력형 성폭력의 실체 드러나다

처음엔 법조계 안팎의 일부 성폭력 규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일부 비슷한 폭로가 있었지만 확산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미투 폭발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말 발표된 최영미 시인(57)의 작품이었다. 고은 시인(85)의 성추문을 폭로한 작품이 6일 뒤늦게 주목받은 것이다.

이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과 배우 조민기 씨(53)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실명으로 나서면서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미투가 번지고 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건 폭로가 이어졌고 마침내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미투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은 30명 안팎. 이 중 피해자가 실명으로 폭로하거나 본인이 공개적으로 해명에 나선 유명 인사는 22명 정도다. 피해자가 폭로한 성폭력의 유형은 성폭행 6명, 성추행 15명, 성희롱 1명 등이다. 문화예술계 인사가 19명으로 가장 많다. 극단 대표가 소속 단원을, 예술대 교수가 제자를, 유명 배우가 후배나 연기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삼았다.

미투에 나선 피해자 대부분이 당시 성폭력 여부조차 실감하지 못한 것도 공통점이다. 명백한 성추행인데도 ‘원래 이렇게 연습하나’ ‘예술가는 이런 것인가’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예술계 거장들이 자신을 따르는 후배와 제자의 경외심을 악용해 술자리에서 성폭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명성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출한 인사들은 교수의 주관적 평가가 절대적인 예술 강의의 특성을 이용해 제자들을 유린했다.

○ 경찰, 미투 대상자 모두 확인한다

경찰은 미투 대상으로 지목된 모든 인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모든 폭로 내용을 들여다보며 정식 수사로 진전시킬 사안을 가려내고 있다.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2013년 6월) 이전 사건이거나 공소시효(10년)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인사도 일단 확인 대상이다. 해당 사안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친고죄 폐지 이후 발생한 다른 성폭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미투에 동참한 피해자를 한 명씩 접촉 중이다. 피해 내용 확인뿐 아니라 가해자 처벌을 원하는지도 묻고 있다. 다만 일부는 향후 법정 공방까지 갈 경우 2차 피해가 두려워 경찰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미투 가해자 중 처음 체포된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50)는 미성년자 성범죄의 친고죄가 폐지된 2008년 2월 이후 미성년 여제자 2명을 성폭행,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 ‘호감을 갖고 동의하에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조민기 씨는 최초 폭로 이후 내내 부인하다가 27일에야 “모든 게 내 불찰이다.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과문을 냈다.

배우 오달수 씨(50)에 대한 추가 성추행 의혹도 제기됐다. 연극배우 엄지영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3년 오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오 씨 소속사는 “확인 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조동주 djc@donga.com·배준우·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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