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 문화, 병원 인력 부족해 발생…OECD 국가 대비 60%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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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0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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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병원=동아일보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병원=동아일보DB)
15일 서울 한 대형 병원에서 일하던 20대 간호사가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간호사 간 괴롭힘을 뜻하는 ‘태움’ 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간호계 ‘태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19일 오후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병원의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태움’ 문화다”라고 설명했다.

나 위원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병원에 입사하게 되면 거의 하나에서 열까지 선배로부터 일을 배워야 한다. 이를 가르쳐주는 선배도 환자를 보면서 가르쳐주기 때문에 신규가 잘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어려울 정도다”라며 “그러다 보니 사수도 스트레스를 받고, 신규 간호사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나 위원장은 사망한 A 씨에 대해서도 “너무 바쁘다 보니까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잘 정도로 극심한 업무량으로 고통을 받은 것 같다. 거기에다 사망 이틀 전에는 실수로 환자 튜브관이 망가지면서 소송에 걸리지 않을까 많이 불안해했던 것 같다”며 “참으로 안타깝다”고 전했다.

태움의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은 나 위원장은 “우리나라 (간호 인력은)OECD 국가에 비해 60% 수준밖에 안 된다. 미국의 경우 병동에서 간호사 1명 당 환자 4명을 보고, 일본의 경우도 간호사 1명 당 환자 7명을 보게 되어 있다”며 “중환자실의 경우, 미국은 간호사 1인당 환자 1명이다. 중증환자 일대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간호 인력이 많다고 하는 병원에서도 중환자실의 경우에도 간호사 1명 당 환자 3명을 본다”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병원의 경우 인건비 비중의 거의 40% 전후라고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인력 1명을 쓰게 되면, 그만큼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까 병원에서 인력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간호사를 많이 쓰게 되면, 인력을 충원하게 되면 간호사 등급제라는 수가를 준다. 병원들은 그게 턱없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호주 같은 경우 간호사 인력법이 법으로 정해져 있고,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저희도 간호사 인력법을 만들자고 해서 국회 계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력 비율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병원 인력과 관련해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감독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에서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병원의 인력은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고, 공공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정부가 최대한 책임지고 전체 병원 인력이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병원)인력의 실태 등 이런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이에 맞게 (인력)비율을 정해주고, 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병원들의 책임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아니다. 병원들도 무조건 인건비 비중이나 이런 것들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선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신규 간호사들의 경우 (일이)너무 힘들다 보니 이직률이 33.9%다. 어느 누구도 이것을 책임지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데가 없다. 사용자들도,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태움 문화 근절 방안과 관련 “노사정이 인력 문제나 갑질 문화 같은 것들을 근절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통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교육 과정에서 노동 인권적인 교육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 스스로 인권에 대한 의식을 갖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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